강대국은 왜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열광했는가(상) > E-저널 2015년 ISSN 2465-809X(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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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저널 2015년 ISSN 2465-809X(Online)

제1호(07월) | 강대국은 왜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열광했는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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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작성일15-08-31 13:51 조회4,0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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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잠수함의 탄생 배경

 


  ◎ 디젤 잠수함 승조원의 꿈은 원자력 잠수함 승조원 되는 것


  필자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민국 해군 여덟 번째 잠수함인 나대용함 함장을 지냈다. 함장 직무를 마칠 때까지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내가 순수하게 바다 밑에서 생활한 기간은 350일 정도다. 이 정도의 기간은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독일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한 시절부터 나대용함 함장을 마칠 때까지 10년여 기간에 기록한 것으로 선진국 잠수함 승조원들보다 많지는 않지만, 당시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비교적 상위권에 속했다.

  잠수함에 근무하는 동안 초계임무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물적 감각을 지닐 때까지 숙달해야 하는 훈련이 ‘비상경보훈련’이다. 이 훈련은 디젤 잠수함에서는 필수적인 훈련으로 선체를 물속에 두고 축전지 충전을 위해 물 밖에 스노클 마스트만 내어놓고 디젤 엔진을 작동하다가 적의 군함 및 항공기를 만나면 ‘비상경보’를 외치면서 10여 초 만에 물속으로 숨어버리는 훈련이다. 함장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우리는 언제쯤 축전지 충전을 하지 않고 연료 걱정 없이 바다 속에서 마음대로 기동하며 작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후 원자력 잠수함으로 약칭)을 갖게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미국, 영국, 프랑스는 디젤 잠수함 폐기 처분 후 원자력 잠수함만 운용


  미국은 1954년에 이미 세계 최초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 함을 개발했고, 모든 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1958년부터는 축전지를 충전해 추진하는 디젤 잠수함 생산을 중단했고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원자력 잠수함만 운용한다.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이어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대 강국이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했으며, 영국은 1990년대 초 디젤 잠수함을 모두 캐나다에 매각했고, 프랑스도 2009년까지 디젤 잠수함을 말레이시아에 매각 또는 폐기 처분하고 현재는 원자력 잠수함만 운용하고 있다. 인도는 2010년부터 러시아로부터 임대한 아쿨라급 원자력 잠수함을 실전 배치했으며, 2012년에는 자체 개발한 아리한트급 원자력 잠수함을 실전 배치했다. 또한 브라질도 2025년을 목표로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 2차 세계대전 말 수중 고속함 개발 열망이 원자력 잠수함 탄생시킴


  2차 세계대전까지의 디젤 잠수함은 주로 수상항해를 하다가 필요시 잠항했고, 현대의 디젤 잠수함은 주로 잠항항해를 하다가 필요시 부상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현대의 디젤 잠수함도 엄밀히 말하면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필요시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한다.
반면, 원자력 잠수함은 의무적으로 올라올 필요가 없다. 진짜 작전상 부상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속에 원하는 만큼 숨어 있으면서 작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잠수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것은 바로 적에 피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잠수함 승조원들이 매우 싫어한다.
2차 세계대전 말에 독일과 일본은 공히 수중에서 오랫동안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려다 실패했고, 전후 10년이 지나 미국은 그들이 꿈꾸던 잠수함보다 훨씬 더 성능이 우수한 잠수함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원자력 잠수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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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 잠수함과 원자력 잠수함의 차이


  ◎ 디젤 잠수함과 원자력 잠수함은 전투역량, 역할 등에서 큰 차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1945년 9월, 미 해군 니미츠 제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과거의 해전은 전함이 주도했고, 오늘날에는 항공모함이 주도하고 있지만, 미래의 해전은 잠수함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당시의 상황을 견줘볼 때 이것은 분명히 대단한 예견이었다. 오늘날의 원자력 잠수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니미츠 제독은 원자력 잠수함이 출현하기 이미 10년 전에 그것을 예견했던 것이다.

  원자력 잠수함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진짜 잠수함’으로, ‘잠수할 수 있는 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핵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원자력 잠수함은 바다에서 전투 개념을 넘어 핵전쟁을 억제하는 등 앞으로의 잠수함전에서 1・2차 세계대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다양하고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해군의 에드워드 비치 대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디젤 잠수함 함장으로 해전에 참가했고, 전후에는 원자력 잠수함 함장을 역임하는 등 잠수함의 발달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한 사람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디젤 잠수함을 타고 12차례 출동에 참가해 27척을 격침시켰고, 12척이 넘는 함정에 손상을 입히는 전과를 올림으로써 군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의회 명예훈장과 해군 십자훈장을 수차례 수상했다. 그는 1960년에는 원자력 잠수함 트리톤 함장시절 잠항항해로 세계 일주를 실현하는 획기적인 잠수함 역사를 수립했는데, 이를 축하하는 식장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함으로써 원자력 잠수함의 전투역량과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은 해전과 지상전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마지막 전쟁이었다. 전통적인 개념의 전쟁에서는 몇 사람의 용기 있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를 이끌어감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물속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속도로 기동할 수 있으며, 대량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이 개발된 지금에 와서 2차 세계대전 시 디젤 잠수함 간 전투를 논하는 것은 마치 원탁의 기사 이야기나 스페인의 무적함대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이 되어버렸다.”


     ◀ 디젤 잠수함은 특정 해역에 먼저 위치해 수행하는 매복공격에 적합
 

  디젤 잠수함의 한계는 림팩 훈련과 같은 다국적 공동연합훈련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들은 림팩 훈련에 참가해 평균 10척 이상의 가상 적함을 격침하는 대활약을 하고 귀국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부분 디젤 잠수함의 기동능력에 맞게 100×100마일 정도의 지정된 해역 내에서 작전을 하면서 매복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훈련 목적상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교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눈부신 전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 시나리오상 잠수함이 초계를 하고 있는 해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수상전투함들은 대잠작전을 위해 속도를 10노트 이하로 낮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속도가 느린 디젤 잠수함도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잠수함을 탐색하고자 수상전투함이 속도를 높이게 되면 자신들이 내는 소음(소리)도 커서 잠수함을 잡는 것이 어려워진다. 잠수함은 원래 물 속에서 조용히 있어서 이를 탐지하려면 탐지하려는 측도 조용해야 한다.

  잠수함이 초계작전을 할 때 주변에 상선 이동이 빈번한 지역을 할당받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전과는 크게 다르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디젤 잠수함이 상선 밑으로 움직이면서 자신은 은폐하고 적에게 접근을 한다거나 또는 상선이 주변에 한 척이라도 있으면, 이곳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소음이 주변의 거의 모든 수동청음장치의 탐지효과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기 때문에 잠수함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209급 잠수함처럼 조용한 잠수함들은 실질적으로 수상전투함의 수동 소나인 수동청음장치의 존재를 무시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유리한 위치에서 대기하다가 상대에게 고속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공격을 한 후에 비교적 안전하게 탈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디젤 잠수함도 많은 전과를 거둘 수 있다. 즉, 넓은 해역이 아닌 연안의 좁은 구역에서 디젤 잠수함은 나름대로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 디젤 잠수함 함장은 항상 축전지 충전과 작전 구상의 이중고에 시달려


  그러나 이렇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줘도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함장들의 머릿속에는 항시 기동으로 인한 축전지의 소모라는 문제가 떠나질 않는다. 축전지가 소모되면 스노클을 통해 소모된 양을 채워야 하고, 이를 위해 물 밖으로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다고 스노클을 하지 않는다면 축전지가 다 소모되어 잠수함은 동력을 상실한 그야말로 쇳덩이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이것은 필자가 림팩 훈련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이다. 훈련에서 축전지가 소모되어 충전을 위해 스노클 항해를 할 경우 상대의 대잠초계기는 여지없이 잠수함을 탐지했다. 이렇게 되면 잠수함은 가상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움직이는 데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대양이나 연안을 막론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바다는 군함 외에는 다른 선박들이 거의 통항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잠수함은 어디 숨을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는 림팩 훈련에서 가상 적의 수상함이나 대잠초계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의 16시간 동안 잠수함을 수중의 일정 수심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버티는 하버링(수중정지)을 한 경우도 있었다.

 

     ◀ 원자력 잠수함 함장은 축전지 충전 없이 오로지 작전 구상에만 몰두
 

  이와 비교해 원자력 잠수함은 스노클을 하지 않으므로 대잠초계기의 시각탐지장치는 물론이고 항공기에서 잠수함을 탐색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노부(소나와 부이의 합성어)에 탐지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경험적인 자료에 의하면, 항공기가 디젤 잠수함을 탐지하는 경우의 80% 이상은 눈으로 보는 것이다. 디젤 잠수함도 나름대로 스노클을 할 때 적의 레이더를 감시하기 위해 전자전 장비로 탐지를 하지만 P-3C와 같은 대잠초계기들이 눈으로 보고 잠수함에 접근할 경우 잠수함은 이렇다 할 사전 경고도 받지 못하고 공격을 당하게 된다.

  이외에도 원자력 잠수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많다. 만약 원자력 잠수함이 적이 운용하는 능동 소나에 접촉된다고 하더라도 빠른 속력으로 이를 용이하게 회피할 수 있다. 또한 상선이 지나가는 경우에는 아무리 빠른 상선이라고 하더라도 상선 밑으로 접근해서 같은 속도로 기동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은폐시킬 수도 있다. 마치 영화에서 상선 밑에 숨어서 여유 있게 탈출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수상전투함은 잠수함을 잡아낼 도리가 없다.

     ◀ 디젤 잠수함은 기동전단 대잠방호 임무 수행에도 부적합

  굳이 전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작전의 유・불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디젤 잠수함을 운용할 때 느끼는 갑갑한 사례는 많다.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림팩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은 한 달 이상 장기간 항해를 해야 한다. 디젤 잠수함과 원자력 잠수함의 속도는 완행열차와 KTX 속도에 비유할 수 있다. 디젤 잠수함을 장기간 타고 가다 보면 신선하지 않은 함내 공기부터 먹고 자는 것까지 승조원의 건강 때문에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원자력 잠수함이면 10일 만에 도달할 거리를 30일 이상 가야 하니 심신이 지친다.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장기간 항해를 하다 보면 집중력과 체력 저하 문제가 수반되어 전투효율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승조원들은 지금까지의 훈련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해군과 잠수함 부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쳤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리라고 확신하지만, 잠수함을 지휘하는 함장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훈련도 부담이 되는데 준비도 만만치 않고 장기간 항해를 해서 안전하게 돌아와야 하는 부담 역시 크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은 머지않아 3개 기동전단을 운용할 계획이다. 한반도 주변 해역을 수시로 초계해야 하는데, 이를 최전방에서 방호할 만한 세력 확보도 문제다. 우리의 디젤 잠수함은 속도가 느려서 기동전단의 최전방에서 대잠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미국의 항모 기동전투단 최전방에는 항상 원자력 잠수함이 기동전투단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대잠방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대형 잠대지 유도탄 발사를 위해서는 기동성이 우수한 원자력 잠수함이 제격

  원잠에 비해 디젤 잠수함은 추진 동력도 약하고 크기도 작아 국가 전략목표 타격이 가능한 대형 유도탄을 발사하기 위한 수직발사관 탑재가 곤란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디젤 잠수함들은 수평으로 설치된 발사관이 있는데, 이것은 해상에 있는 목표를 타격하기 위한 어뢰나 잠대함 순항도탄 운용에 적합한 장치다. 현존하는 원자력 잠수함 중 가장 작은 잠수함은 프랑스의 루비급 잠수함으로 수중에서 2,670톤인데 잠대함 미사일만 탑재하고 있으며 어뢰발사관을 이용해 발사한다. 물론 어뢰발사관을 이용해 잠대지 미사일도 발사는 가능하지만 육상에 있는 표적을 공략하려면 탄두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수평 어뢰발사관을 이용하여 발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통상적으로 수직 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한 적정한 잠수함 크기는 최소 4,000톤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함 선체가 커질 경우 디젤-전기 추진으로는 충분한 기동성과 장기 수중체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유사시 상대의 중요한 전략목표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노트(기동하면서 대잠 탐색이 가능한 속도 범위) 전후의 속도를 24시간 이상 유지 가능한 추진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즉 원자력 잠수함만이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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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경쟁


  ◎ 세계 최초의 원잠은 미국의 노틸러스함

  미국의 노틸러함이 1955년 1월 17일 11시 건조 조선소인 일렉트릭 보트 사의 부두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출항하면서 보낸 “본 함은 원자력으로 항해 중”이라는 신호를 기점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원자력 잠수함을 기점으로 미국은 원자력 잠수함 발전을 주도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 함이 건조된 이후 동일한 원자로를 시험할 목적으로 시울프함이 건조되었고, 이어서 최초의 실용 양산형 공격원잠인 스케이트급이 건조되었다. 이 중에서 노틸러스 함은 경수(물)를 원자로 냉각제로 사용했으나, 시울프는 액체금속(나트륨)을 원자로 냉각제로 사용했다. 그런데 냉각제로 사용되는 나트륨이 냉각계통의 스테인리스관을 부식시켜 방사능을 누출시키는 문제가 발생해 정격 출력의 80% 이상을 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시울프 함은 취역한 지 겨우 8개월 만에 노틸러스 함과 동일한 형식의 원자로로 교체했고, 새로운 원자로를 재장착한 후 1960년에 재취역했다. 이후 미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는 경수(물)를 사용하는 가압 경수형으로 통일되었다.
 

  이 원자력 잠수함들은 모두 취역 후 안정적으로 작전에 운용됨으로써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미 해군은 더욱 우수한 수중 속도를 발휘하고 한층 더 운동성이 향상된 잠수함을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후의 건조 계획은 노틸러스와 같은 선체, 즉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잠수함과 같은 수상함의 함수와 비슷한 형태가 아니라 오늘날의 잠수함처럼 수중에서 물의 저항을 덜 받는 원통형 함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 소련의 원잠확보


  미국에 이어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한 국가는 소련이었다. 소련은 미 해군에서 노틸러스 함을 건조한다는 보도가 나온 후인 1952년에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하기 시작해 스케이트급이 취역한 시기와 같은 때인 1958년 이후가 되어서야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소련 해군에서 627형이라고 불렸던 이 잠수함은 처음에는 대형 핵 어뢰를 이용해 주요 항만과 주변 시설을 공격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이 잠수함은 점차 어뢰, 유도탄을 탑재한 공격용 잠수함으로 발전했지만, 고속항해 시 수중 안정성이 좋지 않아 위험하다고 평가되었고, 추진기와 기관에서 수중 방사소음이 상당히 큰 것으로 밝혀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의 미국 원자력 잠수함보다 최대잠항심도가 깊을 뿐만 아니라 대잠용 어뢰로는 공격할 수 없는 35노트급의 최대속도를 보유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한 잠수함이기도 했다.


  ◎ 영국의 원잠 확보

  미국에서 퍼미트급이 계속 취역을 하던 1963년에 영국 해군은 가까스로 원자력 잠수함 보유국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영국 해군은 1950년부터 원자력 잠수함의 건조를 모색해 1954년 이후 실험용 원자로의 정비를 시작해 자국 개발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계획은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다. 그래서 1957년 미국에서 스킵잭급 잠수함용 원자로 1기를 매입했고, 이와 더불어 1958년에는 스킵잭급의 기술 자료를 수입하고 여기에 영국 해군에 필요한 개량 작업을 실시해 원자력 잠수함을 확보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영국은 1959년 6월 해군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드레드노트 함 건조를 시작해 4년 만인 1963년 4월에 취역시켰다. 이 드레드노트 잠수함은 스킵잭급을 기본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고속항해 시의 수중 기동성 향상을 위해 함수의 형상을 개선했기 때문에 스킵잭급과는 상당히 다른 잠수함이었다.
이후 1966년이 되면서 영국 해군 최초의 양산형 원자력 잠수함인 밸리언트급이 취역을 시작했다. 밸리언트급은 전적으로 영국 해군의 독자적인 요구를 기초로 설계・건조되었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드레드노트를 능가하는 잠수함으로 발전했다.


  ◎ 프랑스와 중국도 원자력 잠수함 확보 경쟁에 참여

  냉전시대였던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원자력 잠수함의 주 임무는 대양에서 적 원자력 잠수함을 잡아내는 대잠작전이었다. 따라서 원자력 잠수함의 핵심 임무를 고려해 정숙성과 탐지능력 향상에 주안점을 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목표가 되는 적 원자력 잠수함을 탐색하고 공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잠항 심도나 속도의 향상도 병행해 진행했다. 또한 이 시기에 대함공격과 대지공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도탄의 운용능력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아울러 프랑스와 중국이 새로운 원자력 잠수함 보유국으로서 추가된 것도 이 시기다. 양국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는 미・영・소가 그러했던 것처럼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은 세계 각국의 원잠 개발 비화와 더불어 우리 한국이 원잠을 개발할 수 있는가를 짚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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