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능력의 근본적 재평가 필요성 > E-저널 2016년 ISSN 2465-809X(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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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호(02월) | 북한 핵능력의 근본적 재평가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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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송승종 작성일16-03-17 14:33 조회2,9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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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작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되었던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  연설에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가리켜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보존”과 인류가 염원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적시했다. 이어서 북한을 향해서 “핵개발을 비롯한 도발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와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임을 경고하는 동시에,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이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작년 10월 중순 한・미 정상은 백악관에서 네 번째 양자회담의 결과를 담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 on North Korea)”에서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미 정상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역사상 최초의 사례이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열망,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상응하는 보상과 평화통일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그리고 한・미 양국의 최우선적인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제4차 핵실험이라는 기습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 북한의 핵위협은 갈수록 다양하고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어, 북핵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상황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북한 핵능력의 재평가가 절박한 시점이다. 따라서 제4차 핵실험으로 가시화된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 주장, 기존 핵무기 보유량의 최신화, 핵탄두 소형화,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탄(ICBM)을 연상시키는 KN-08 미사일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이에 따른 전략적 함의를 짚어보는 것이 시급하다.

 

  ‘수소폭탄’ 개발 주장

 

  원자폭탄은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인데 비해, 수소폭탄은 핵융합을 이용한 폭탄으로, 핵분열은 원자가 쪼개지면서 생기는 원리이지만, 반대로 핵융합은 원자가 합쳐지면서 생기는 원리를 말한다. 수소폭탄은 ‘재래식’ 원자탄의 수백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초, 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북한군‘ 제4차 포병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하더니, 마침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핵실험이 3차때보다 위력이 강하지 않아 수소탄 실험이 아니거나, 시도했더라도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4차 핵실험은 수소폭탄으로 가기 위한 중간 관문에 해당되는 ‘증폭핵무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증폭핵무기와 수소탄 제조의 필수조건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리튬-6의 확보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비해, 삼중수소와 리튬-6은 국제적인 수출통제품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삼중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4차 핵실험이 수소탄이 아닌 ‘증폭핵무기’의 성공을 의미한다면, 향후 북한이 삼중수소를 대량으로 확보하게 되면 수년 이내에 수소폭탄 개발이라는 끔찍한 악몽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북한 핵무기 보유량 최신화

 

  작년 12월 초, 미국의 정책연구 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새로이 업데이트한 ‘북한의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 재고량’에 대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4년 말 기준으로 핵무기 15~22발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근거는 (1) 2011년 11월 미국의 ‘헤커(Siegfried Hecker)’ 박사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1~2개소를 운영했을 경우, 약 100~240kg의 고농축우라늄(HEU)를 보유했을 것이며, (2) 2008년 6자회담 중단 이전에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이 38~40kg에 이르고, 2차 및 3차 핵실험에서 각각 3~4kg의 플루토늄을 사용했다고 보면, 플루토늄 잔량은 30~34kg이 된다는 것이다. ISIS의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고가 아니라, 핵무기 제조의 ‘잠재력’을 평가한 것이다. 핵무기 1발을 생산하는데 통상 플루토늄 6kg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리 군은 현재 북한이 약 4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만일 북한이 6kg보다 더 작은 양, 예컨대 5kg 정도로 핵무기 1발을 제조할 수 있다면, 북한이 6~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기존의 추정치에서 그 숫자가 8~9개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에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2016 남북 군사력 보고서’도 북한이 8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핵탄두 소형화

 

  작년 5월 북한은 “우리의 핵 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라고 선언했는데,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관영매체들은 이 실험에 사용된 무기가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핵탄두 소형화’란 탄두의 중량을 1000kg 이하, 지름 90cm 이하로 줄여 미사일에 장착하여 발사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이는 핵무기가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기준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비록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관련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어떤 단계에 도달했는지와 무관하게, 미래 어느 시점에선가 북한이 ‘소형화’된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영국은 최초 핵실험 이후 7년, 그리고 프랑스・중국은 2년 만에 각각 소형화에 성공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은 작년 5월 SLBM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12월 말에도 SLBM 시험발사를 시도했다. 5월의 시험에서는 미사일 엔진이 점화되어 150m 가량 솟구치는 모습이 나타난데 비해, 금년 초에 북한이 공개한 작년 12월의 시험에서는 거의 직각을 이루며 수면을 뚫고 나와 30여미터 상공에서 점화되면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이 보였으나, 이는 과거 스커드 미사일 발사 영상을 덧붙여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작년 5월의 사출시험 발사각이 74도였던데 비해, 작년 12월에는 거의 90도로 발사각이 높아진 것은 사출기술이 부분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암시한다.
  북한은 러시아가 1958년 건조하여 1990년까지 실전에서 운용했던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여 역설계 방식으로 2천ton 규모의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SLBM 개발은 ① 육상 발사대에서 발사관 사출시험, ② 이 발사관을 부두에 정박한 잠수함에 장착하여 사출시험, ③ 수중에서 잠수함에 설치된 발사관을 통해 미사일 보호캡슐을 수면 위로 발사하는 사출시험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③번 단계 시험을 수십 차례 거친 후에 실제 SLBM을 발사하게 된다. 북한은 ③번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려면 미사일을 수백㎞ 이상 날리는 비행시험을 거쳐 신포급 같은 중대형 잠수함에 탑재해야 한다. 우리 군에 의하면 빠르면 1~3년, 늦어도 4~5년 내에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실전 배치에 적어도 5~10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SLBM의 치명적 위력은 은밀성에 있다. SLBM은 잠수함이라는 발사대 자체가 목표물을 향해 수중으로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굳이 ICBM이 아니어도 미 태평양사 예하의 해외주둔 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다. 발사징후는 말할 것도 없이 도발원점도 포착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이는 곧 북한의 임박한 핵도발 위협에 대한 선제타격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여 이를 SLBM에 장착하는 경우다. 만일 기존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추가하여 SLBM이라는 또 다른 공격력을 확보한다면 북한의 핵위협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그 심각성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시의 마양도 해군기지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4년 6월, 해군 관계자와 핵잠수함 개발 담당자들에게 2016년까지 핵잠수함 개발을 완료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이미 2005년 4월에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는 “러시아 기술자들이 1992~93년 사이에 북한을 수차례 방문, 667A급 핵잠수함이 적재한 R-27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전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는 1994년 골프 II급 잠수함 10척과 폭스트롯급 잠수함 4척을 ‘고철’로 북한에 판매하려다 서방국의 비난에 골프급 잠수함 1척만 북한에 넘겼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에 넘긴 잠수함에서 사격통제장치가 제거되었지만 SLBM 탄도탄 발사관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20년 이상은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영・불・중・러 외에 인도 정도가 포함되는데, 만일 북한이 핵잠수함 보유에 성공할 경우에는 전세계 핵균형에 심대한 지각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북한 핵개발의 최종 목표가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 보유’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70여척의 재래식 잠수함 전력은 우리 함정에 대한 기습, 기뢰부설을 위한 항만 봉쇄, 특수부대 수송, 핵무기 운반, SLBM 발사, 해상수송로 차단 등 전술적 및 전략적 면에서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재래식 잠수함과 더불어 비대칭 전력이 다차원적으로 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KN-08 미사일

 

  북한이 작년 10월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KN-02 단거리 미사일, 300mm 신형 방사포 등과 함께, 사거리 1만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를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KN-08의 탄두는 2012년과 달리 ‘뾰족한’ 형태에서 ‘둥근’ 형태로 바뀌었는데, 이는 핵탄두 탑재를 위해 성능개량을 추진 중임을 암시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탄두모양이 둥그런 모습으로 변한 것은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섭씨 7천도의 고열을 극복하기 위해 속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 관영통신들은 KN-08을 가리켜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로켓들”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름 2m, 길이 18m의 2단체 미사일인 KN-08은 시험발사된 적이 없어 실전배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소형화된 핵탄두가 장착될 경우에는 미 본토 전체는 아닐지라도 미 서부지역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적 함의

 

  북한이 2013년 공식 발표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 이른바 ‘병진노선’은 핵프로그램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기습적인 제4차 핵실험에는 그러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욱이 핵무기 보유에 실패한 이라크 후세인과 핵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리비아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 그리고 핵무기를 자진해서 포기했던 국제사회의 ‘모범생’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백주대낮에 속수무책으로 크림반도를 강탈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북한은 이들 사례로부터의 ‘학습효과’를 통해 더더욱 핵무기만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신하였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등의 국제적 노력이 좌절되고,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지속된데 이어, 남북관계에서도 장기간 의미있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 사이, 북한의 핵위협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하고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이 딜레마에 처해 있는 반면, 북한은 핵개발・경제개발 병진노선을 천명한데 이어, 군구조와 군사전략의 수정으로 핵무기의 실전사용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기존의 핵물질, 추가적인 핵물질의 지속적 생산능력, 핵무기 소형화 능력, 핵무기 운반 및 투발수단, 증폭 핵분열탄 등의 핵전력 ‘종합세트’를 빠른 속도로 갖춰가고 있다. 2013년부터 재가동되기 시작한 영변의 5MW 원자로 외에도, 비밀 장소에서 추가적인 HEU 시설을 운용하고 있을 것을 고려해 보면, 앞으로 북한이 원하는 수량만큼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직도 국제사회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에는 핵폭탄이 전혀 사용된 적이 없다는 ‘핵무기의 안정성 신화’에 사로잡혀 있고, 여전히 전문가들 간에는 핵전력을 군사용 ‘무기’가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간주하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북한의 사례는 이러한 달콤한 신화와 핵무기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음을 강력히 암시한다. 예컨대, 북한의 ‘롤 모델’에 해당되는 파키스탄이 전략적・전술적 핵능력 구비로, 전략적 억제를 넘어 실제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전술・전략을 구비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능력 중심의 군사전략과 전쟁수행 능력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이를 정권생존의 담보, 정권의 위상 제고, 한・미・일에 대한 강압, 한・미 연합전력에 대한 억제력 확보와 비대칭 군사력 우위 확보 등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핵능력은 장사정포, 미사일, 사이버 전력, 생화학무기, 특수부대 등과 더불어 비대칭 전력에 비약적인 질적 향상을 초래할 것이다. 바야흐로 북한의 핵위협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지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의 안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무수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이런 발언들을 허세로 일축하거나 협상용으로 평가하지만, 이제는 핵능력에 기초한 협박성 발언을 ‘실질적 경고’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4차 핵실험에 허를 찔린 중국은 처음에는 북한을 강력히 비난하며 마치 종전의 대북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질 것 같은 제스처를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대북 접근법의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미국의 비판에 대해 오히려 “문제의 원인은 미국”이라고 맞받아치며 종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태도로 회귀했다. ‘전략적 책임회피’로 불러야 할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도 바닥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에서 지역분쟁에는 깊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나타냈다.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미국과 중국이 4차 핵실험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을 치는 모습은 국제적 공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조야와 유엔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색다른 메뉴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대북제재’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북한의 ‘생명줄’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조자룡의 헌 칼’ 같은 경제제재는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임이 입증될 또 한 차례의 허망한 퍼포먼스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다. 설마 확성기로 북한 핵위협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지금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지켜보는 한편, 유사시 선제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독자적인 정보 및 정밀타격 능력을 구비하는 동시에, 만시지탄의 감이 있더라도 이제 막 논의되기 시작한 사드의 신속한 도입을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계의 보강, 비록 동맹국이라고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어쩌면 찢어질지도, 혹은 빌려오지 못할 수도 있는 이웃집 핵우산에 국가의 생존을 온전히 의탁하기 보다는 일본처럼 하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 등과 같은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지금까지는 ‘잠재력’과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수소탄’, SLBM, 핵추진 잠수함, KN-08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처럼 다양하고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지경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각방냉정(各方冷靜)’ 운운하며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되는 중국의 느긋한 경고나 미국의 기약 없는 ‘전략적 인내’에 우리의 운명을 내 맡길 것인가? 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결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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