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05월) | 동상이몽(同床異夢) :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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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임경한 작성일16-06-08 09:47 조회2,713회 댓글0건본문
<그림 1> 남중국해 범위 및 분쟁 해역 |
출처 : US EIA(편집). |
또한 남중국해 내 확인되었거나 예상되는(proved or probable)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110억 배럴과 190조 세제곱피트(cubic feet) 수준에 달한다. 이는 멕시코의 원유 매장량과 맞먹고, 유럽의 천연가스 매장량의 2/3에 달하는 수준이다(EIA, 2013) 여기에 더해 남중국해는 바다 생물이 풍부하고 다양한데, 많은 종류의 산호초(coral reef)를 비롯하여 전 세계 수산물의 10% 정도가 잡히는 해역이다. 통상 아시아인들이 전체 단백질 섭취량 중 22% 이상을 수산물 섭취를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수산물을 획득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 먹거리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행위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Gang, 2013; Hancock: 2013). 그만큼 남중국해에서의 자유로운 생산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표 1> 남중국해 미‧중 간 주요 갈등 사례 | |
일자 | 갈등 내용 |
2015. 10월 | √ 美, 해군 구축함(라센)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1차) 실시 |
2016. 1월 | √ 美, 전략폭격기 B-52 남중국해 화양자오 12해리 이내 상공 비행 √ 美, 해군 구축함(커티스 윌버)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2차) 실시 √ 中, 민항기 2대 남중국해 융수자오 시험 비행 |
2016. 2월 | √ 中, 남사군대 융싱다오에 지대공 미사일 ‘홍치-9’과 대함 미사일 배치 |
2016. 3월 | √ 中, 미 스테니스함 항모 전단 항해 시 필리핀 인근서 근접 포위 항해 |
2016. 4월 | √ 中, 남중국해 우디섬에 전투기 16대 배치 |
2016. 5월 | √ 美, 해군 구축함(윌리엄 P. 로런스)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3차) 실시 |
미국과 중국이 보여주는 안보 경쟁은 국제관계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경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종종 인용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일명 ‘겁쟁이게임’으로 차에 탄 두 사람이 각각 마주보고 달리다가 충돌을 우려한 쪽이 먼저 방향을 바꾸는 순간 겁쟁이로 즉, 패자로 취급받는다. 반대로 끝까지 차의 방향을 바꾸지 않은 사람은 승자가 된다. 어느 한 쪽의 체면과 위신은 깎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상호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긍정의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추구하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대응이 흡사 브레이크 없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물러설 의향이 없는 듯하다.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간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중국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과 중국의 안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과 함께 어느 국가의 군사력이 더 우세한가에 대한 논의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관심에 부합하듯 2015년 미 랜드연구소에서 ‘미-중 군사력 점수표(1996-2017)’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Heginbotham et. al., 2016). 우주를 포함한 항공력에서부터 미사일 능력, 해양력, 사이버 능력 등 총 10개 항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점수화해서 비교한 것이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만(Taiwan)과 스프래틀리 군도 등 두 곳에 대해 1996~2017년간 군사력의 우위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양국의 군사력 점수를 비교한 내용을 살펴보면, 1996년에는 중국이 미국에 경쟁을 할 만한 능력이 거의 없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군 기지에 닿지 않았다. 공군력 수준도 중국이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으며, 해군력 측면에서 볼 때 미 해군이 중국 연안으로부터 원거리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미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중국군 대비 미군의 군사력 우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 차이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시기부터 중국의 미사일이 일본 및 필리핀 내 위치한 미군 기지에 닿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스프래틀리 군도까지 작전 가능한 전투기 수가 1996년 24기 대비 2010년 233기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기 스프래틀리 군도 분쟁에 대비한 중국의 해양력 수준을 보면 과거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특히 미 해군을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함 능력을 향상시켰다. 다만 작전거리 측면에서 미 해군에 비해 상당한 열세에 있었다. 그러나 2017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전망해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비록 대부분의 군사력 점수 비교에서 미국이 앞서긴 하지만, 그 차이가 근소하다. 특히 해양력 분야에서는 중국 해군이 급격히 성장하여 미‧중 양국 모두 남중국해 일정 해역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2017년까지 중국군이 원거리 군사력 투사 능력을 확대시켜 중국 본토로부터 상당한 원거리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결론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인 움직임은 결국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수렴하게 될 것인가?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정답은 앞으로 두 국가가 추구하는 국가이익의 크기와 방향에 달려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소한 가까운 시기에 두 국가가 의도적인 충돌을 야기할 까닭은 없다.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국가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통제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은 예외의 상황으로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발생 가능하다. 2016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줄 알면서도 자동차의 운전대를 돌릴 의도가 없는 듯하다. 남중국해라는 한 침대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참고문헌
이재현. “남중국해 분쟁의 이해와 향후 전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문제연구소 주요국제문제분석」, No. 2012-32(2012).
EIA. “Contested areas of South China Sea likely have few conventional oil and gas resources.“ www.eia.gov(검색일 : 2016. 4. 6).
Gang, Ding. “Fishing resources key to S.China Sea order.“ Global Times. August 21, 2013.
Hancock, Tom. “Chinese fishermen on front line of marine dispute.“ AFP. Mar 5, 2013.
Eric Heginbotham et.al. “The U.S.-China Military Scorecard: Forces, Geography, and the Evolving Balance of Power 1996-2016.” www.rand.org(검색일: 2016. 5. 6).
구민교‧임경한. “동아시아 영토분쟁 : 남중국해 도서.” 『동아시아 영토분쟁 : 문제점과 대응전략』(고양: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2013).
임경한. “Same Bed, Different Dreams: US-Chinese Power Competition Over the East Asian Seas.” 『아태연구』 제21권 제1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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