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08월) |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소고
페이지 정보
Written by 이민효 작성일16-09-07 10:30 조회2,512회 댓글0건본문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소고
이민효(해군사관학교, 국제법 교수)
1. 서
해양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상품을 수송하는 효과적인 통항로로 뿐만 아니라 식민지 획득, 무역독점 및 국부의 보호수단 등으로 그 효용성이 강조되어 왔다. 국가의 부는 해양지배에 비례한다는 강대국들의 입장은 해양을 국가의 힘과 부의 증진을 위한 국가 간의 경쟁 대상이 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양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논거가 되기도 하였다.
해양자유를 확대하려는 해양국가와 자국 해안의 관할권을 강조하는 연안국가의 대립과 타협의 과정에서 발전되어 온 국제해양법은 19세기 말까지 관습법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국제교역의 발달로 해상교통량이 늘어나고 전통적인 해양법 질서에 도전하여 이를 개혁하려는 비서구국들의 등장으로 성문화가 요구되었다. 그 결과 1982년에 해양에 관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라고 일컬어지는 유엔해양법협약(1994년 11월 16일 발효, 이하 협약)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해양에서 연안국과 이용국의 권리의무 및 각종 수역의 설정 기준 및 이들 수역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한 협약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세계도처에서 해양분쟁은 끊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쟁을 격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중국해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관련 당사국들은 남사군도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영해법을 제정⋅공포, 일부 섬에 군대 주둔,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다자간 탐사 시도, 시설물 설치나 영토 표식 설치, 자국 소유 도서에 대한 주요인사의 방문, 타국 어선의 출입에 대한 축출 또는 무력시위 등 실효적 점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는 무력충돌과 군사적 점령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美中 간 해양패권 경쟁과 이와 연계된 일본, 아세안, 인도 및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이 이해관계를 주장함에 따라 복잡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국의 영유권 분쟁 전략도 국가별로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해상훈련 및 해상 초계활동을 강화해왔다. 뿐만 아니라 어업지도선을 분쟁지역에 파견하여 상대국가들을 견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해군이 베트남 및 필리핀 해군과 해상에서 대치한 사건이 다수 발생하였고, 이는 곧 남중국해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해양안보 환경을 불안하게 하였다.
특히 중국에 대항하여 대립각을 가장 날카롭게 세운 국가는 필리핀이었다. 2012년 4월 필리핀의 EEZ내이면서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9 dash line) 해역에 포함되는 지역에서의 중국어선 조업을 두고서 중국과 필리핀 해양순시선이 2주간 대치하기도 했으며, 6월에는 베트남 EEZ내에 있는 해저전선을 중국이 절단함으로써 양국이 전면적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1월 중국 하이난성은 중국이 주장하는 해역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선박에 대해 임검, 추방 또는 나포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여 2013년 1월 시행에 들어갔다. 필리핀의 중재재판소 회부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하는 이러한 상황 가운데 나온 것이다.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의 제소에 대해 3년 반 만인 2016년 7월 12일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은 기존 사건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협약과 관련한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도 문제의 국제재판 회부 가능성 및 韓中 간의 외교 문제 등 적지 않은 영향을 우리에게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이익을 최대한 지켜내고 미래의 국가발전을 담보해 내기 위해서는 이번 판결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철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2. 남사군도 분쟁 개관
남중국해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및 대만에 둘러싸인 동남아시아의 폐쇄해로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중요한 해상교통로의 중심지이다. 동 해역에는 작은 섬들과 여러 암초 및 환초 등으로 이루어진 Paracel Islands(서사군도)와 Spratly Islands(남사군도)가 있는데, 연안국들은 이들 섬에 대하여 중복하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남중국해 도서영유권 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및 일본이 식민지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해당 영토 주권을 분명히 하지 않은 과실에서 기인한다.
1960∼70년대 이 일대에 가스 및 석유, 수산자원 및 광물 등 많은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이래 주변국가의 영유권 주장이 계속 점증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대만, 베트남은 남사군도 전체에 대하여, 필리핀은 남사군도 일부에 대하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브루나이는 특정 도서에 대한 영유권은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Louis Reef를 포함한 두 개의 암초를 포함하는 대륙붕을 선포하여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역사적 권원, 실효적 점유, 무주지 선점, 지리적 근접성 등을 이유로 영유권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한편, 브루나이를 제외한 5개국은 도서와 암초 등의 영유권 확보를 위해 병력 및 시설,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나름대로 자국에게 유리한 논리나 이론을 주장함과 동시에 현재 점유하고 있는 도서에 대한 영유권 주장강화와 기정사실화를 위해서 기상관측소와 과학연구기지 등과 같은 시설물을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각국은 국내법으로 이들 도서를 자국영토로 편입하는 조치를 취하고 영토표시인 界標를 설치하는 등 법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행정적인 조치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역사적 이유를 들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前漢 때 남사군도를 발견했고, 宋代에는 石塘, 長沙 등의 지명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 기록에 무수히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 중국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 명칭만 기록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영유의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47년 중국은 9개의 불명확한 점선이 표시된 지도를 발행했고, 이 점선안의 모든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마군도는 일본의 점령 아래 있었으나,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2조(f)에 따라 일본은 남사군도와 서사군도에 대한 모든 지배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중국은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이 '당연히 중국에 환원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1974년 베트남으로부터 서사군도를 빼앗아 해남도의 일부로 편입했다. 그리고 남사군도의 7개 섬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1992년에는 중국 영해법으로 남중국해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했다.
<표. 1>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주장 비교
관련국 | 주장지역 | 주장 근거 | 주장 시기 | 점령도서 |
중국 | 군도전체 | 역사적 관할권 | 前漢 이후 실질적 지배 주장 송대(1178년) 이래 광동성 관할 1974년 자국령 선포 | 7개 |
대만 | 역사적 관할권 지리적 근접성 | 국민당 정권시 통제 1956년 타이핑다오 점령 | 1개 | |
베트남 | 역사적 관할권 | 1834년 이래 관할 1997년 자국령 선포 | 29개 | |
필리핀 | 10개 섬 | 지리적 근접성 발견에 의한 선점이론 | 1978년 영유권 주장 | 8개 |
말레이시아 | 12개 섬 | 지리적 근접성(대륙붕 원칙) | 1979년 영유권 주장 | 4개 |
브루나이 | 1개 섬 | 지리적 근접성(대륙붕 원칙) | 공식주장 없음 | - |
출처: 박향기, “중국의 남사군도 영유권 분쟁 전략의 변천에 관한 고찰,” 군사연구, 제136집, 2013. 12, p.211.
3.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PCA 판결
가. 필리핀의 제소와 중국의 대응
협약 당사국은 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에 관한 분쟁을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협약 제279조), 회원국은 협약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분쟁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일방 분쟁당사자의 요청에 따라(동 제286조) 제6부속서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양법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제7부속서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 또는 제8부속서에 규정된 분쟁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위하여 동 부속서에 따라 구성된 특별중재재판소 중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동 제287조(1)). 당사국이 어느 한 재판소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당사국은 제7부속서에 따른 중재를 수락한 것으로 본다(동 제287조(3)).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은 중국을 상대로 하여 남중국해 문제를 PCA에 제소하였다. 필리핀과 중국은 협약상 어떠한 재판소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리핀은 협약 제7부속서에 의거 중재재판소에 제소하고 중국에 서면통고 하였던 것이다.
필리핀이 제기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필리핀과 중국의 권리는 협약의 영해 및 접속수역, EEZ 그리고 대륙붕 규정에 따라야 하므로 중국의 남중국해 구단선은 협약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중국은 국내법을 협약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Mischief Reef와 Mckenna Reef는 필리핀 대륙붕의 일부를 구성하는 수중지형이다. 당해 지형에 대한 중국의 점유 및 건설행위는 필리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는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Gaven Reef와 Subi Reef는 간조노출지로 협약상의 섬이 아니며 중국 대륙붕에 위치하지도 않는다. 이 지형에 대한 중국의 점유와 건설행위는 위법이므로 중단되어야 한다. 넷째, Scarborough Shaol, Johnson Reef 등 5개 지형은 만조시 수면위로 드러나는 아주 작은 돌출부분을 제외하고는 수면 아래에 있는 지형으로 협약 제121조(3)의 ‘암석’에 해당된다. 암석은 영해 이외 다른 해역을 가질 수 없으므로 중국이 이 지형을 기점으로 12해리를 초과하여 주장하는 협약 위반이다. 다섯째, 필리핀은 협약에 따라 군도기선에서 12해리 영해, 200해리 EEZ 및 대륙붕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중국은 필리핀의 EEZ 및 대륙붕에서 생물 및 무생물 자원을 불법적으로 이용하였고 필리핀의 이용을 방해하였다.
이러한 필리핀의 제소내용에 대해 중국은 중재재판에의 참여를 거부키로 결정하고 필리핀의 제소가 있은 지 약 한 달 후인 2013년 2월 19일 주중 필리핀 대사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필리핀에 전달하였다.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일부 지역에서 매립하거나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점유 및 건설행위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행위를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협약상의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였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부당한 주권침해라고 반박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어 갔다.
나. 판결 내용 및 당사국의 반응
(1) 판결 내용
재판부는 구단선의 역사적 권리, 남중국해 지형물의 지위, 중국측 행위의 합법성 및 해양환경 훼손 등 4가지 주요항목을 중점적으로 심리했다.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7월 12일자 세계일보 참조). 첫째, 중국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남중국해 구단선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 둘째, 타이핑다오 등을 포함한 남사군도의 모든 만조물은 암석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EEZ나 대륙붕을 갖지 못한다. 셋째, 스커버러암초(황옌다오) 등 남중국해의 9개 지형물은 도서가 아니라 암초나 간출지이다. 넷째, 중국은 스커버러암초 등에서 전통적인 필리핀의 어업권을 방해해 석유와 가스 등 자원개발을 위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 다섯째, 필리핀 EEZ에 있는 미스치프 암초(메이지자오)에 세운 중국의 인공섬이 해양 생태계에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다.
이처럼 PCA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인정하고 있는 권리를 넘어 과도하게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모든 국가는 협약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자국의 권리를 주장하여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2) 당사국의 반응
(가) 필리핀
중재재판소 제소 내용이 거의 받아들여진 필리핀은 판결이 나오자 마자 즉각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 결과에 환호했다. PCA 판결은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기여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필리핀은 이를 존중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은 이번 중재 판결은 구속력이 있고 최종적인 것이라면서 각국이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국제적인 법률과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상호 연결된 세상의 성공을 보장하려면 지켜야 할 기준이 있는 것이라면서 중재 판결에 반발하는 중국에 국제법규를 준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나) 중국
중국은 필리핀의 제소 이후 재판에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였고, 이번 PCA 판결에 대해서도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판결 이전부터 줄곧 천명해 왔다. 이번 판결이 과정으로나 법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중거와 사실을 잘못 파악한 부분이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왕이 외교부장). 중국은 판결을 전후해 대규모 군사훈련 실시,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추가 배치, 인공섬에 민항기 착륙 및 핵잠수함 배치 등 각종 영유권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과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 작전’으로 인해 분쟁과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미중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이며, 이해당사국이 아닌 미국은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미가입을 들어 “미국은 국제법을 이익에 맞으면 이용하고, 안 맞으면 버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남에게는 협약 준수를 촉구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7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표문)고 비난하였다.
4. PCA 판결과 한국
우리 정부는 판결의 내용과 그것이 의미하는 법적 의의 등 이번 중재재판이 우리나라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과 향후 급격한 변화를 맞을 수 밖에 없는 남중국해 안보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해 철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남중국해에 대한 PCA의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첫째, PCA의 관할권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의 독도 영유권 문제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은 PCA에 판결을 구한 것은 도서영유권과 해양경계획정이 아니었는데, 이는 중국이 지난 2006년 협약 제298조에 따라 국제법원의 강제관할권 배제를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일본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독도와 관련하여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번 재판과 마찬가지로 PCA의 물적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협약 제298조에 따른 강제관할권 배제선언이 국제재판을 거부할 수 있는 완전하고도 안전한 장치가 될 수 없음이 이번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다.
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중국의 남중국해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남중국해 7개 암초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 프로그램으로 해양환경에 파괴적이고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국내 국제법 학자들의 주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창위 교수(서울시립대)는 “우리 정부가 독도에 해양과학기지 같은 큰 시설공사를 시작하면 일본은 필리핀처럼 한국을 상대로 해양환경 문제로 유엔해양법협약 분쟁해결절차에 이 문제를 회부할 수도 있다”고 하였으며, 박찬호 교수(부산대)도 “독도영유권과 직접 관련없는 다툼이더라도 독도 인근 해양이용과 관련한 분쟁은 협약에 따라 일방적인 재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하였다(7월 12일자 세계일보 참조)
둘째, 이번 PCA 판결은 남사군도에 섬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섬이나 암석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간출지로 본 것이다. 섬은 EEZ와 대륙붕을 가질 수 있지만 암석은 영해만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간출지는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한다. 협약 제121조에 따르면 도서는 ‘만조 시에 수면 위에 있고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이다. 도서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야 하고 만조 시에 수면위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도, 시설 및 구조물은 도서의 지위를 갖지 않으며 그 자체 영해를 갖지 않는다. 한편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만조시 수면위로 드러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없으면 암석으로 본다.
현재 우리 정부는 울릉도와 일본의 오끼군도 사이를 한일 배타적경제수역 경계로 보던 기존 입장을 바꾸어 독도를 섬으로 보고 독도와 오끼군도 사이가 경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도 독도를 도서로 보는 것은 마찬가지인 바, 독도는 일본 영토이기 때문에 독도와 울릉도 사이를 경계로 해야 된다고 본다. 이번 PCA 판결이 직접적으로 도서와 암석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도서의 인정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라면, 독도의 도서로서의 지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는 美中 사이서 외교적 시험대에 들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농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韓美 양국은 지난 6월 8일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韓美同盟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이 우리 국방부(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가 밝힌 공식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주중 韓美 대사를 초치하여 강력히 항의하는 등 사드 배치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불안전을 발판 삼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왕이 외교부장)고 비난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역내국가로는 중국과 필리핀∙베트남 등이, 역외국가로는 중국과 美日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美中 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해 우리에게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요청하였었는데, 이번 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입장도 어떤 식으로든지 발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표현의 방법과 수위가 어떠하든 간에 美日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바, 이는 사드 문제로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딜레마에 내몰릴 수도 있다. 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5. 결언
오늘날 해양은 국제관계를 긴밀화시키는 매개적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체가 사활적인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해양분쟁을 논할 때 해양은 더 이상 분쟁의 ‘장소’가 아니라 분쟁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해양분쟁이 격화되고 있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 이번 중재재판의 대상이 된 남중국해가 그러한 의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곳(장소)이다. 향후 남중국해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갈등이 진정되지도 평화적 해결방도도 찾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이 지역에서의 팽창정책을 축소 또는 후퇴시키거나 영유권 강화를 위한 공세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리지도 않을 것이며, 미국도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차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의 아시아회귀 및 공해전투전략과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전략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이번 판결 이후 지혜로운 외교전략을 펼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적 규범체계를 강조하면서도 남중국해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이기는 하나 기대 가능한 유일한 해결방안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의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은 아니지만 남중국해의 안정과 한미동맹의 공고화가 우리 안보 및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혜로운 눈으로 사태의 추이를 꿰뚫어보고, 냉철한 이성으로 밀려오는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 밖의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주권과 자존을 보장해 주지도, 보장해 줄 수도 없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