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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12월) | 동아시아에서 해양신뢰구축과 한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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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성용 작성일17-01-10 17:11 조회4,0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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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동아시아 지역은 전통적 안보문제와 비전통적 안보문제, 냉전적 요소와 탈냉전적 요소가 병존하며 지역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 안보문제와 함께 비전통적 안보 요인이 동시에 힘을 발휘하면서 지역 안보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고 있으며 향후 향방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내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익을 확보하며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는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안보환경이 창출되고 있으며 불안정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시아에서 상기 논의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해양이다.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는 해양적 특성이 강한 지역으로, 지역의 안보환경은 해양안보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일과 중국 사이에 해양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전략적 관계는 역내 안보에서 대립적 양상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군력 강화, 도서영유권 분쟁, 해양경계 획정 등의 국가 중심적 안보문제와 함께 해적행위, 해상교통로 안보, 환경 및 재해 등과 같은 초국가적 관심을 요하는 안보도전이 병존하면서 역내 해양안보 환경의 복잡성을 가중하고 있다. 또한 천연자원, 수출 및 수입, 에너지 확보 등과 관련하여 각국의 해양의존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역내 국가들의 해양안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각국은 해양에서 협력보다는 갈등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상호간의 불신과 적대감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시아에서 근본적 안보 안정을 위해서는 협력적 분위기를 확립하여 지역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해양안보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어야 한다. 신뢰구축은 역내 국가들 사이에 갈등을 조정하고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높일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해양안보에서 신뢰증진을 위한 한국의 실행 가능한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선 해양신뢰구축조치에 관한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한국의 역할 가능성과 한국이 추진해야 할 주요 해양신뢰구축조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해양신뢰구축조치

신뢰구축조치란 구조적 또는 운용적 군비통제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 개념적 근원은 1973-75년 개최된 헬싱키-제네바 유럽안보협력회의(Helsinki-Geneva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에서 찾을 수 있다. 신뢰구축조치는 일반적으로 군축의 전조과정이나 분쟁해결을 위한 외교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한 사전조치라 볼 수 있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강화시킴으로써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신뢰구축조치는 크게 절차적, 규제적, 선언적 조치로 구분이 된다. 절차적 조치는 군사행위 양태나 수효의 변화보다 군사행위와 관련된 정보의 교환, 사전통고, 관측을 위해 합의된 절차이며, 이를 통해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규제적 조치는 군사력의 이동, 배치, 개발 등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며, 선언적 조치는 안보정책의 원칙을 명백히 표명하는 것이다.

해양신뢰구축조치는 일반적 개념으로서의 신뢰구축조치에 해당하나 해양안보와 연계되어 논의되거나 시행될 경우 해양신뢰구축조치라는 독립적 수준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신뢰구축조치는 해군전력의 심대한 구조적 변화나 제약 혹은 감축, 해군의 전투태세, 해군력의 현대화 등 민감한 사안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미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해양에서의 안정성과 예측성을 높이고 상호간 오해를 불식시키며 상대방의 행동이나 작전에 대한 오해나 이로 인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이 주로 해군력과 공군력에 집중되고 있고, 이러한 증강이 국가대전략 차원의 중요 사안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신뢰구축조치는 대전략 차원의 군사적 조정없이 혹은 조정을 최소화하면서 상호 간의 이해와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양신뢰구축조치는 크게 해군협력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해양협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군사적 조치는 해군력의 특성상 활동이 공해까지 포함될 수 있어 광범위 하며 다른 군사 분야의 협력에 비해 상징성이나 가시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효과가 크다. 또한 긴장 고조시 대화·통신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해양신뢰구축조치의 군사적 조치로는 해군 정보자료 교환 및 인사교류, 해군함정 교환방문, 합동훈련, 해상사고 방지 지역협정, 테러 및 해상 범죄 방지 해양감시 및 경계체제 구축 등이 있다. 다음으로 비군사적 해양협력은 군사적 분야 이외의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군사적 조치에 비해 민감한 사안을 회피할 수 있어 참여국들의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군사적 분야의 조치로는 해양질서 구축 협력, 해양관련 국제협약의 가입 및 이행, 해양관련 국가관행의 투명성 제고, 해양관련 정보망 및 해양감시 체계 구축, 다자간 해양협력 촉진 및 이행 기구 설립 등이 논의될 수 있다.

III. 해양신뢰구축조치의 필요성 및 한국의 역할 가능성

동아시아에서 보다 안정적인 해양 안보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협력의 제도화 및 안보협력체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양에서 각국의 정책과 전략은 국가대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사안이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기가 용이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해양영토분쟁에서 중국의 공세적 전략은 2014년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중 인민해방군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밝힌 것처럼 ‘핵심이익’ 수호라는 국가전략과 맞물려 있어, 향후에도 일본 및 아시아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비타협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면적 협력이나 안보협력 구축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기재의 역할이 필요하며, 민감한 사안을 배제하며 상호 간의 이해와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해양신뢰구축조치를 협력을 위한 시작단계로 고려할 수 있다. 해양신뢰구축조치는 공통의 과제, 다양한 협력 시도, 대화의 경험 축적 등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상정함으로써 역내 협력적 분위기 조성에 기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증가하는 해양의존성과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해양신뢰구축조치에 적극적 자세를 견지해야할 당위성이 있다. 한국이 해양신뢰구축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과는 별개로 한국의 역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주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지역 안보질서가 형성되어 왔으며 해양신뢰구축조치를 실행하는데 있어 중견국가인 한국의 영향력이 미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안보질서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적극적 역할에 긍정적 틈새(niche)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이 해양신뢰구축이나 안보협력을 주도할 경우 패권적 행보를 우려한 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이 PSI를 추진할 당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아는 자국의 해양 주권이 침해 받을 것을 우려해 미국 주도의 구상에 반대하고 지역차원의 협력을 주창한 바가 있다. 일본이 주도할 경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과거로 인해 일정 부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은 위협적인 강대국이 아니며 일본과 같은 역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어서 동아시아에서 일련의 협력적 시도를 주도하더라도 정치적, 역사적 이유로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에 팽배한 경쟁적 구도로 인해 강대국 간의 신뢰 저하 역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가능케 할 것이다. 중·일이 서로에 대해 가진 호감이나 신뢰보다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감이나 신뢰가 더 크기 때문에, 해양영유권 문제에서 한국이 중·일 간의 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역내 다자간 대화를 촉구하고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IV. 한국이 추진할 해양신뢰구축조치 방안

동아시아에서 해양신뢰구축을 위한 이론적 토대와 적용 가능한 의제들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있어왔다. 결국 한국에 있어 새로운 논의가 아닌 역내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안정된 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해양신뢰구축조치의 여러 방안 중 실질적인 이행이 가능한 분야를 선택해 실행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추진할 조치는 공동의 이익을 상정해 다른 국가들의 참여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고, 해양신뢰구축조치의 실질적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해양신뢰구축조치를 실행하는데 있어, 다른 국가들의 접근의 명분 및 용이성과 성과의 확산이라는 점에 근거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동위협에 대한 인식 부재와 투명성의 결여는 역내 각국의 오해와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바 신뢰구축조치 시행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이해와 확신을 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둘째, 이미 시행되고 있는 조치들 중 비교적 양호하게 진행되는 의제를 보다 강화하여 성과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동아시아의 안보현황이 민감한 만큼 부담감이 적은 의제에서 보다 민감한 부분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넷째, 조치의 신뢰성 향상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쌍무적 협의보다는 가능하다면 다자간 협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경우 불이행에 대한 배신의 문제와 상대적 이익의 문제에 대한 조정이 쌍무적 협의보다 용이할 뿐만 아니라 성과의 확산에서도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이 추구해야 할 해양구축신뢰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동아시아 지역에서 해양안보와 연관된 논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해양신뢰구축조치를 위해 공동의 이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투명성을 제고시켜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각국의 이해를 넓히고, 공동의 이익을 도출하며, 상충되는 의견을 대화로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를 위해 각국의 정부 소속 관료, 학자, 안보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의와 다이얼로그 구축이 가능하도록 정부 간 및 비정부 간 심포지엄이나 회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테러리즘, 해적행위, 해상범죄 등을 감시할 체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테러행위, 해적행위, 해양을 통한 불법 인력송출과 같은 초국가적(transnational) 위협과 해상범죄는 역내 해양안보에서 중요 이슈들로서 이러한 초국가적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의 이익을 상정하기가 용이하여 역내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해상테러리즘을 포함한 다른 해양위협과 범죄를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이며 다자적 체제가 동아시아 지역에 필요하며, 한국은 이러한 체제 구축을 통해 지역 내 각국 간 해양신뢰구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 및 관련 협력체와의 협력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해상교통로 안보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대립적 양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재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수색·구조훈련(SAREX: Search and Rescue Excercise)의 정례화 및 확대이다. 해군 합동훈련은 훈련 참가국들 간 접촉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신뢰구축조치이다. 수색·구조훈련은 해양 군사적 수단을 이용하면서도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아 정치적 부담감이 없으며, 전통적인 의미의 해군 합동훈련이 가지고 있는 실행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한국해군과 일본해상자위대 간의 수색·구조훈련이 정기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이 참여하여 3개국 합동 훈련이 진행되기도 한다. 더불어 2011년 한·중 간 수색·구조훈련실시가 합의되어 실행된 적이 있으나 정례화의 단계에 들어서지는 못하였다. 한국은 분리되어 시행되고 있는 양자 간 훈련을 다자간 수색·구조훈련으로 변화시켜 신뢰구축에 대한 기회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한·중·일 3국간 합동 수색·구조 훈련으로 확대하여 정례화하고, 장기적으로 역내 다른 국가들까지 참여시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각국의 다양한 해양수색/구조기관과 연계하여 해군 및 기타 해양관련 기관을 통합하는 다자간 훈련으로의 확대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국은 각국 해군 간의 상호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군교류의 영역은 크게 정보교환(information exchange)과 소통조치(communication measures)로 대별할 수 있다. 정보교환과 소통조치는 해군활동의 투명성을 제고시키고 상호 간 선의(good will)와 이해를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해군 간 정보교환은 다양한 수준의 논의가 가능하다. 병력구조 및 지휘기구뿐만 아니라 함정훈련일정, 무기획득 계획 등을 포함할 수 있으며 훈련 시 참관단을 상호 교환하는 것도 정보교환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자료 교환은 상호 의심 및 오해를 제거하여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해군력 군비경쟁을 방지하는데 공헌이 가능하다. 소통조치의 구체적 예로는 인사교류, 해군 함정 상호 방문, 고위급 회담 정례화, 교환 교육 등이 포함된다.

정보교환은 상대방에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측의 신뢰와 투명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으나 교류 대상국에 따라 추진의 제약이 따른다. 예를 들어 현재 보다 높은 수준의 한·미 간의 해군 정보교환은 사안에 따라 실행이 가능하나, 한·러 및 한·중 간의 정보교환은 한·미동맹과 같은 안보상의 이유로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한·일 정보협정의 추진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국가와의 정보교환은 정치적 부담감이 상당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소한의 정보교환을 시행하면서 소통조치를 보다 활성화하여 상호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점진적으로 민감한 정보교환 분야로 교류를 넓혀가는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미해군 및 일본해상자위대와의 교류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해군 및 러시아해군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국은 우발적 충돌 및 사고 방지를 위한 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해양영유권 및 해상경계 획정과 관련된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각국의 해군 및 해양관련 기관 함정이 이들 지역에서 수시로 활동하여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역내 대부분의 국가가 해양영유권 및 해상경계 획정 분쟁과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발적 충돌 및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모색이 필요하다. 한국은 해양영토 분쟁과 관련된 국가들 사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의 함정 행동규범(code of action)과 같은 양자 간 협약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 및 중재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러한 쌍무적 협약을 통합하여 일종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다자적 해양레짐 구축을 고려해야만 한다.

VI. 마치며

동아시아에 보다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안보환경 창출을 위해서는 역내 해양에서 대립적 분위기를 완화하고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해양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제를 통한 다자적 협력은 국가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초국가적 안보위협에 공동대응을 가능케 하고, 해상범죄 같은 해상불법행위를 감시하고 해양오염 및 재해 같은 환경적 안보도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에 안정적 안보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포괄적인 안보협력의 시행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역내 국가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있으며 해양에서 각국의 역량 강화는 국가대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이에 대한 양보나 제약에 각국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를 제고하고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 해양신뢰구축조치의 실행이 필요하다. 신뢰구축조치는 참여자의 접근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을 줄여주는 장점이 존재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어 긍정적 결과를 기반으로 정치적으로 보다 구속력 있는 수준으로의 적용도 가능하다. 동아시아에서 해양신뢰구축조치를 통해 공동의 이익 상정, 다양한 협력 및 대화의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안보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한국의 해양의존도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동아시아에서 안정적인 해양안보환경 조성을 위해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전략적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팽배한 역내 해양안보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은 정치적 부담감을 완화하면서 접근이 용이한 해양신뢰구축조치에 기반한 지역안보에의 기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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