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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호(09월) | ​북극해 항해 체험과 안보환경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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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준영(VIMS해양학박사, 원주함장 역임, 現 해정단 대잠처장) 작성일17-10-11 13:29 조회2,0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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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항해 체험과 안보환경에 대한 소고

(이 글은 북극 항해 체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김준영
(VIMS해양학박사, 원주함장 역임, 現 해정단 대잠처장)


필자는 한국 해군 최초로 북극해 해양환경 조사를 위해 지난 7. 21 ~ 8. 24일 까지 진행된 아라온(ARAON)호 연구 항해에 참가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가졌다. 최근 북극해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항해였다.
아라온호는 지난 2009년 북극해와 같은 극한의 해역에서 항해가 가능하도록 건조된 국내 유일의 7,500톤급 쇄빙선으로, 북극해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극지연구소(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에 소속되어 있다. 아라온호 선수(Bow)는 소위 Ice-Knife라고 불리는 형태로 얼음을 자를 수 있는 날카로운 특수합금이 설치되어, 1m 두께의 해빙(海氷)을 3노트(시속 약 6km) 속력으로 항해할 수 있다. 아라온호가 2010년부터 북극해 연구 항해를 시작했다고 하니 올해로 한국 주도의 연구가 8회째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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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해양조사를 위한 아라온호 항해 경로>


이번 연구에는 ‘북극해 해양환경 종합관측’을 위해 美․日․中을 비롯한 7개국 53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편승했으며,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가 전체 연구일정 및 관측계획을 수립했다. 순수하게 해양조사에 초점을 둔 이번 조사를 위해서 아라온호는 총 6,100NM(약 11,290km)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을 항해했다. 7.21일 인천항을 출항한 아라온호는 부산
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7.25일 일본의 쓰가루 해협을 거쳐, 8. 2일에는 알류산 열도를 지났다. 8.3일, 아라온호는 부식적재를 위해 알라스카 놈(Nome)을 방문했다. 그러나 인구 5,000명 내외의 작은 마을인 놈에는 항구시설이 없어 헬기를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았다. 8.5일 아침에 놈을 출항한 아라온호는 다음날 오전, 마침내 베링해협(Bering Strait)을 통과하여 북극해로 진입했다.

북극해 항해가 시작되면서 알라스카 북부에 위치한 배로우(Barrow)에 하선할 때까지 전 기간 동안 연구원들과 승무원들은 선교(Bridge)와 장비실, 그리고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확한 북극해 해빙환경 분석을 위해서 단 하나의 관측 자료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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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있으며(좌측), 필요한 해빙 관측 장비를 헬기로 운반하고 있다(우측)>

​북극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양이다. 평균수심 1,500m, 면적 1,406만km2인 북극해는 지구 표면의 2%, 태평양의 1/10에 불과하다. 북극해 전체 해빙(海氷)의 약 30% 정도가 매년 겨울 새롭게 얼었다가 여름에 모두 녹아버리는 일년생(一年生)이다. 보통 북극해 해빙은 매년 10월 초에 얼기 시작하여 분당 최대 60km씩 남쪽으로 얼면서 북극해를 얼음 바다로 만들게 된다. 북극해 해빙 면적은 최대 약 1,500만km2에 이르며 전체 북극해의 85% 정도를 덮는다. 아라온호의 북극해 연구가 7~9월에 집중된 이유도, 다른 시기에는 아라온호의 최대 쇄빙 능력인 두께 3m 이상의 얼음이 대부분이어서 항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은 지구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Nature Climate Change(‘17.3월)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 상승하면 여름철 북극해 빙하가 사라질 가능성은 39%나 되고, 만약 기온상승 폭이 1.5℃ 이내가 되면 빙하는 상당 부분 남게 된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 기온 상승률은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높게 유지되었다. 지난 ‘76년~’15년까지 북극해 빙하 부피는16,855km3→5,670km3로 무려 1/3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이와 같은 해빙 감소는 북극해의 환경시스템 변화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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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해 해빙 분포 비교 : 2002년 9월 vs. 2016년 9월> -출처: 美, NOAA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17.9월)(http://www.pmel.noaa.gov /arctic-zone/detect/ice-seaice.shtml)>

​ 북극을 포함한 극지방의 얼음과 빙하는 지구의 안정적인 기후환경 유지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한다. 지구상에는 수백만km2에 달하는 눈과 빙하가 존재하며, 이들은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의 온도 상승을 방지 한다. 그러나 빙하가 녹으면 지표면으로 입사되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기능이 약해져서 기온 상승이 가속화 된다.
북극해의 또 다른 역할은 해수의 열에너지를 조절하여 지구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물을 받아들여 이를 차갑게 냉각시키고, 저온․고염분의 무거운 해수를 다시 바다 속 길을 통해 되돌려 보낸다. 그러나 북극 빙하가 감소하면 적도 부근의 따뜻한 물을 북극해로 이동시키는 멕시코 만류나 무거운 해수를 깊은 바다로 가라앉히는 현재의 해류 흐름이 느려지다가 결국에는 정지하게 된다. 이처럼 전 세계 해류 순환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나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겨울 한파, 여름 가뭄, 폭염, 태풍 등의 기상 변화가 더 빈번해 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북극해는 30~40년 후에는 얼음이 완전히 녹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10년 이내에도 가능할 것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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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항해 중 발견 (‘17. 8. 20)한 유빙 위의 북극곰 가족>

​기후온난화와 해빙 감소는 북극해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극곰이다. 북극곰의 경우 얼음을 출산, 양육 그리고 이동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얼음은 북극곰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얼음이 감소하면서 북극곰 개체 수는 이미 26,000 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얼음이 감소할수록 북극곰 숫자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번 항해에서도 작은 유빙 위에서 서성이는 북극곰 가족을 한차례 만난 것이 전부였다. 북극곰 숫자 감소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아라온호 항해에서도 북극해 해빙의 급속한 감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해수 온도는 -1℃ 이상, 대기 온도는 최대 3℃에 육박했다. 해수의 경우 -2℃ 이하에서부터 얼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라온호가 항해하는 동안에도 북극의 얼음은 계속 녹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유빙들이 비교적 위도가 낮은 북위 75도 해역까지 흘러내려오고 있었고 작은 얼음조각들은 북위 73도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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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 위에서 아라온호를 배경으로>

​아라온호는 해빙 분포를 관측하고 변화 패턴을 예측하기 위해서 비교적 얼음이 두꺼운(3m 이상) 곳을 찾아 부빙(Floating Ice) 계류를 시도했다. 그 중 한 곳이 북위 75도 32분, 동경 176도 04분 위치였다. 7월 21일 인천항을 출항한지 만 27일 만에 닻을 내렸다. 아라온호가 처음으로 해빙을 접촉했을 때, 얼음을 부수면서 생기는 충격으로 선체는 심하게 흔들렸고 커다란 굉음소리가 진동했다. 일반해역이라면 해도와 레이더만으로 항해가 충분하다. 그러나 북극해에서는 얼음의 위치와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항로를 계획해야 한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얼음은 더 강해지고 두꺼워지기 때문에, 자칫 침로를 잘못 잡게 되면 아라온호가 깰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얼음에 고립될 수 있다. 얼음의 밀도, 두께, 그리고 분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위해서 NASA,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그리고 美 해군 등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제공하는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북극해 해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면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문가들 의견처럼 2020년 후반 경부터 북극해가 개방되면, 북극해를 경유한 유럽과 북미지역으로의 상선운항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연결된 북동항로를 이용 시 '부산-로테르담' 간 항해기간이 최대 10일 정도 단축되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를 고려하면 전 세계 바닷길을 연결하는 무역항로 패턴이 바뀔 수밖에 없게 된다.
북극해의 또 하나의 매력은 얼음바다 아래에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美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연구자료에 따르면 메탄 하이드레이트 등 전 세계 미개발 천연자원의 약 30% 이상이 북극해 해저와 영구동토층에 매장되어 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와 같은 북극해 연안국이 EEZ 및 대륙붕 경계를 늘리기 위해 분쟁 중이고, 非 연안국조차도 북극해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북극해는 이미 냉전 시절부터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 왔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를 연결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기 때문에 군사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주변국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잠수함을 이용한 탄도미사일 공격인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이 전략적으로 유용하다고 한다. 최근에 북극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NATO 국가들은 새로운 북극해 정책을 발표하고, 쇄빙선 건조와 해군기지, 그리고 군사과학연구와 병행한 북극해 해양조사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가경제의 99% 이상을 해상교통로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북극해 안보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북극해에서의 국익보호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세심히 살펴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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