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6-7월) |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 개념: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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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호섭(충남대학교 교수) 작성일18-06-25 11:24 조회2,599회 댓글0건본문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 개념:
배경과 전망
정호섭
충남대학교 교수
I. 서(序)
요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이 용어의 배경에 대해서는 Rory Medcalf, “The Indo-Pacific: What’s in a Name?”, The America Interest, October 10, 2013.) 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의 2017 국가안보전략서(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2018 국방전략서(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에서도 이 개념이 언급되었다.(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December 2017 및 Summary of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 Sharpening the American Military’s Competitive Edge.) 이 개념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급부상으로 안보환경이 돌변하면서 미국 중심의 기존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지역 안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매티스 미국방장관이 동(同)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군사 강압행위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서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명(改名)하였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향후 미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안보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
일부언론에서 일본의 아베총리가 이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고 보도했지만, 동(同) 개념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 그리고 동(同) 개념이 어떤 제한점을 가지고 있고 향후 효과적인 지역전략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에게 던지는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II. 日本의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
먼저 출현 배경부터 살펴보자. 이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아베 총리의 1차 임기(2006년 9월∼2007년 8월)보다 훨씬 이전이다. 그 배경은 전체 무역량의 99% 이상을 해상무역에 의존하는 일본에게 있어서 中東으로부터 말라카해협, 남·동중국해에 이르는 해상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에 있다. 2000년 이후 역대(歷代) 일본정부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양아시아 제국(諸國)과의 안보관계 강화를 국가안보전략 상의 중요한 정책으로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 12월 2차 내각으로 등장한 아베 총리는 일본의 안보전략의 지평(地平)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2010년과 2012년 센카쿠 열도(尖閣諸島)와 관련하여 중국과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경험한 후 일본이 그 같은 Grey Zone 사태가 장기화될 시 양국 간 중대한 무력분쟁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간파하여 미·일 동맹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일본 나름대로 보다 적극적인 안보전략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 민주국가인 일본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있어서 평화·안정 및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호주, 인도, 일본 및 미국 하와이를 연결하는 ‘안전보장 다이아몬드(Diamond)’(미국, 일본, 호주 및 인도로 구성된 4자간의 회담 즉, The Quadrilateral은 최초 2004년 동남아 일대에 쓰나미로 인해 대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들 4개국이 핵심그룹으로서 인도적 지원을 위하여 군대를 신속하게 파견했던 일로부터 기원한다고 전해진다. Rory Medcalf, “The Indo-Pacific : What’s in a Name?,” 상게서. 그 후 이들 4개 민주, 해양국가가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협력과 대화를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2007년 5월 마닐라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회의가 열렸으나 그 후 중국의 강한 반대 속에서 아베의 조기 퇴진, 미국, 호주, 인도의 소극적인 자세 등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4자간의 회담이 2017년 11월 다시 열렸다. Tanvi Madan, “The Rise, Fall, and Rebirth of the ‘Quad’,” War on the Rocks, Commentary, November 16, 2017.)를 형성하여 해양권익을 공동으로 보호해 나가자고 제안하였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는 최초로 발표된 국가안전보장전략(国家安全保障戦略)에서 해양국가로서 일본은 각국과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법(法)의 지배에 기반, ‘열려있고 안정된 해양(開かれ安定した海洋)’ 질서의 유지·발전을 향해 주도적인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안보전략의 지평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기치아래 더욱 공세적, 확장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함에 따라 더욱 확대한다. 2016년 8월 개최된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에서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전략(自由で開かれたインド・太平洋戦略)’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일본에 있어서 인도·태평양지역의 개념은 아·태지역과 인도양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대륙까지 이르는 것을 시사하며 이들 지역을 하나로 묶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한 노력을 일층 강화해 나갈 방침임을 언급하였다.
일본은 새로운 안보전략에서 특히 해양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일본의 안전은 향후 10∽20년 후의 인도·태평양지역 전체의 질서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물리적인 힘의 행사에 한계가 있는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안보전략은 인도, 호주 등과 같은 해양아시아 제국(諸國)과의 안보관계를 강화하고 양자(兩者)·다국(多國) 간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일본정부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일본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권력배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세계에서 일본이 안보를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합리적이며 필연적인 선택이다. 둘째, 일본의 동(同) 전략은 미·일 동맹에 추가하여 4개국 간의 결속을 통해 점점 소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을 아·태지역 안보역할에 계속 묶어두려는 이중 안전장치이다. 세째, 일본도 나름대로 자국의 안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III. 미국의 FOIP 개념
가. 배경
한편 냉전이 종식된 후 동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추진동력으로 발전하고 인도양이 이들 경제를 뒷받침하는 석유, 자원, 교역의 핵심통로로 인식되면서 인도·태평양이 세계경제의 중심(重心)으로 부상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양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도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한다.(미국의 G. W. Bush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자 아·태지역 내 기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보다 유연성 있고 지속 가능한 군사력 주둔을 지향하고 환태평양파트너십(TPP) 협상과정에 들어가는 동시에, 인도와의 새로운 파트너 십을 체결하였다. Mark E. Manyin 외, “Pivot to the Pacific? The Obama Administration’s ‘Rebalancing’ Toward Asia,“ CRS Report for Congress, March 28, 2012.) 부시 행정부에 이어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도 2011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pivot to the Pacific) 정책을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오바마 대통령은 아·태지역으로의 재균형 정책을 통해 인도양을 포함하는 남서태평양 지역으로 미국의 군사력을 유연하게 주둔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호주와 싱가폴로 부대와 장비의 순환배치를 결정하였다. Mark E. Manyin 외, “Pivot to the Pacific? The Obama Administration’s ‘Rebalancing’ Toward Asia,” 상게서.) 당시 미국이 중동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이러한 노력에 그리 큰 힘을 싣지는 못하였다.
2012년 일본 아베 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을 때 미국은 그 취지에는 공감하나 공개적으로 여기에 동참하려는 의도는 적었던 것 같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은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의식하여 중국을 봉쇄(포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동(同) 개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 나아가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중국군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개입정책의 일환으로서 2014년, 2016년 RIMPAC 훈련에 중국해군을 초청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유화적인 대중(對中) 개입정책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등에서의 중국의 행동은 더욱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2014년 말부터 중국은 남중국해 7개 암초에 인공도서를 동시에 건설하고 이를 군사화하는 동시에, 2016년 7월 UN 해양법재판소 판결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등 법과 규범에 기반한 지역의 해양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경제 및 군사적 수단으로 타국의 행동을 강압하면서 동(同) 지역안보 및 안정에 더욱 심각한 위협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적극적, 전향적인 대중(對中) 정책으로 전환한다. 그 결과, 2017년 12월 발표된 2017년 국가안보전략서는 FOIP 개념을 아시아 지역전략으로 언급하면서 인도·호주·일본과 테러·해양안보·북한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천명하면서 ‘관련 있는 당사자’로서 중국을 제외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 아베 총리가 제안한 것처럼 미국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4각 안보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의 FOIP 개념은 동쪽으로는 일본에서 서쪽으로는 아프리카까지 지역 내 민주국가들이 강한 연대를 형성하고 협력을 증진하여 중국의 공세적이고 일방적인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법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및 해양공역에의 자유로운 접근 등 범세계적인 자유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의도에서 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제한점
트럼프 대통령이 FOIP 개념을 미국의 아시아지역 안보전략으로 천명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동(同) 개념이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America First)’ 및 거래주의(transactionalism)에 입각한 대외정책 노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오랜 동맹의 가치조차 경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태지역 내에서는 미국의 지역안보 역할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지역 해양안보를 보장해왔던 미국의 지속적 간여 또는 지원 없이 지역안보 및 안정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다자주의 접근방식도 효과가 미흡하게 되고 자유·민주 가치 및 법에 기반한 지역질서는 빠른 시간 내 퇴색할 것이며 힘의 균형은 더욱 빨리 중국 쪽으로 전이할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지속가능한 지역안보전략으로서 동(同) 개념을 추진할 때 무엇보다도 일본, 인도, 호주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4각 안보협력에 주로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관심과 능력을 고려할 때 이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Michael D. Swaine, “Creating an Unstable Asia: the U.S.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Foreign Affairs, March 02, 2018.)
먼저 인도는 그동안 견지해 왔던 비동맹 정책노선으로 제3국과의 동맹관계를 꺼리고 있고 자국 이익을 위해 중국과 갈등과 협력이 병존하는 관계를 모색해 왔다. 또한 중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경제력 및 국방예산을 고려할 때 인도는 해군력을 증강하는 데에는 많은 제한이 있으며(중국과 인도의 해군력을 간략하게 비교하면, 중국이 훨씬 강하다고 전해진다. 주요 수상전투함(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등)의 경우 중국은 인도의 약 3배, 공격/유도미사일 잠수함은 4배,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경우 중국은 4척, 인도는 한척, 그리고 항모는 중국은 현재 2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4척까지 증강이 예상되고, 인도는 시험 중인 단 1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Meia Nouwens, “China and India: competition for Indian Ocean dominance?,” IISS Military Balance Blog, 24 April 2018.) 외국산 무기체계에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또한 인도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외국군이 훈련이나 해양조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통지 또는 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UN 해양법 협약(UNCLOS)에서 보장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도의 핵심이익은 중국의 해양팽창이 진행 중인 동남아시아나 인도-태평양의 동쪽 해역보다는 에너지자원이 있는 중동(中東) 등 서쪽에 있다.(Sameer Lalwani and Liv Dowling, “Take Small Steps to Advance the US-India Relationship,” Defense One, December 21, 2017.)
한편 경제적으로 더욱 막강하고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미국의 FOIP 개념을 지원하는데 그리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일본 또한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 일본의 아베정부는 미국, 호주, 인도와의 소위 4국간 ‘안보 다이아몬드’(the Quad)를 주창하며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보통국가로서의 방위정책을 추진하고 자체 방위력 특히, 해상자위대의 전력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아직도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 반대하며 경계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일본은 특히 중국의 해양팽창 기도에 매우 강경한 입장이지만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행동은 자제함으로써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위험분산을 꾀하고 있다.
이에 추가하여 호주도 지리적인 특성상 FOIP 개념을 주창하고 있지만(예를 들어 2017 호주의 2017년 외교백서는 모든 국가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개방되고 포괄적이면서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지역(an open, inclusive and prosperous Indo–Pacific region)을 추구한다고 명시하였다. Foreign Policy White Paper, Australian Government.), 미국의 동(同) 전략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호주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내안정을 위해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2015년 호주는 미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였고 미국의 해병대가 6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되는 Darwin항을 중국 기업에게 99년간 임대해 주었다. Darwin 항은 호주 북부에서 남중국해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전략요충이다. Jane Perlez, “US cast Wary Eye on Australian Port Leased by Chinese,” The New York Times, March 20, 2016.) 그 결과 호주는 미국·중국 어느 한쪽에 편들지 않고 양국에 균형된 접근방식을 취하는 동시에, 유엔 해양법협약(UNCLOS)과 같은 국제규범과 법에 기반한 세계질서를 주창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최상의 방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이에 대해서 David Andre, “Turnbull’s Choice: Australian Security Policy Evolves to Face a Rapidly Changing Pacific,” Center for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May 15, 2018 참고.)
결국,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4각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예상은 실현가능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양팽창을 더욱 가속화하며 기정사실화(fait accompli)함에 따라 이들 4개국 간의 연대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Tanvi Madan, “The Rise, Fall, and Rebirth of the ‘Quad’,” 상게서.), 인도, 일본, 호주는 물론, 지역 내 어느 국가도 경제적 이유 또는 안보 차원에서 제로섬(zero-sum) 성격의 미·중간의 양극화 경쟁에 연루되기를 원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의 FOIP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당연히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먼저 중국은 FOIP라는 개념이 인도라는 새로운 강대국을 끌어들여 급부상 중인 중국을 봉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세계패권(global hegemony)을 달성하려는 미국의 책략으로 간주한다.(Wei Liping, “Mattis’ trip to Asia meant to strengthen negotiating stance with China,” Global Times, Jan. 28, 2018.) 특히 중국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간의 연대를 자국익(自國益)에 반(反)하고 궁극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목적 즉, ‘아시아판(版) 나토(an Asian NATO)’를 형성하고자 하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인식한다.
이처럼, FOIP 개념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적(敵)으로 간주하며 대립정책을 추구함으로써 아시아를 자유롭고 개방된 곳이기 보다는 오히려 덜 개방되고 덜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Michael D. Swaine, “Creating an Unstable Asia: the U.S.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상게서.) 즉, 동(同) 개념은 지역국가들로 하여금 미·중간의 경쟁에서 한쪽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지역 해양공간의 양극화(polarization)를 부추기고 오히려 지역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같은 구상은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해 제로섬(zero-sum) 성격의 대립노선을 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기후변동이나 대(對)테러(counter-terrorism), 대(對)확산(counter-proliferation) 등 범세계적인 사안에 있어서 미·중간의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더 나아가 FOIP 개념은 중국 내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이 경제, 군사, 정치적 수단으로 동(同)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감소시키고 패권을 추구하는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이 변화하는 힘의 균형 속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중국을 적(敵)으로 취급하며 봉쇄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자멸적인 접근방식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Michael D. Swaine, “Creating an Unstable Asia: the U.S.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상게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FOIP 개념과 같이 제로섬(zero-sum) 대립구도로서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은 향후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미국의 입장에선,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일방적 해양팽창 및 군사화를 중단시키면서 지역안보 공약을 준수하고 법에 기반한 해양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동맹 및 파트너국가에게 확신시키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2018 미국의 국방전략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모든 국가에 안보와 번영을 제공한다. 미국은 지역 내 동맹과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여 공격을 억제하고 안정을 유지하며 공역(共域)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된 안보구조로 발전시킨다. 지역 내 주요국가들과 함께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체계를 보전하기 위한 양자간, 다자간 안보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적고 있다. Summary of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 Sharpening the American Military’s Competitive Edge, 상게서.) 그 같은 배경에서 2018년 5월 미국 국방성이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남사(Spratly) 군도 내 인공도서 3개소에 대함 및 대공미사일을 배치하고 서사(Paracel) 군도에서 핵무기 탑재 가능한 H-6K 장거리 폭격기의 착륙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첫 대응(an initial response)으로서 동년 RIMPAC 훈련에 중국해군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Megan Eckstein, “China Disinvited from Participating in 2018 RIMPAC Exercise,” USNI News, May 23, 2018.) 종전 미국 정부의 유화정책과는 다른 모습이라 주목된다. 금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 중국의 도발적 행동을 묵과하지 않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실추된 미국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전(前) 미태평양함대 정보참모였던 Jim Panell 대령은 중국의 일방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2017년 6월 미해군이 계속적으로 중국해군을 동(同) 훈련에 초청한 것에 대해 훗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 영향력의 종식이 시작하는 것으로 기억될 것이며 군사교류에 중국군을 개입시킴으로써 중국군의 절제된 행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것은 미신과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Bill Gertz, “Pentagon Blocks China From Joining Naval Exercise,” The Washington Free Beacon, May 23, 2018.)
이러한 미국의 노력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전되고 또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어 나갈 것인지에 사실상 FOIP 개념의 성패가 달려있다. 향후 중국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며 취할 수 있는 추가행동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IV. 한국에 대한 함의(含意)
마지막으로 FOIP 개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향후 FOIP 개념으로 인해 해양아시아와 대륙아시아 간의 분단구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대한민국은 이러한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 ? 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아·태지역에서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상당한 기간 심화될 것 같다. 특히 미·중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양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서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된다. 지역안보 및 세계경제에 미칠 엄청난 파장은 차치(且置)하더라도, 한국은 동맹국 미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최대 교역상대인 중국을 선택해야 하느냐 하는 딜레마 속에서 군사적 충돌이 몰고 올 엄청난 충격에 견디기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미 해군과 중국해군 간의 전력(戰力)차가 좁혀지고 세계정세의 변동으로 지역 내 힘의 균형이 중국에 유리하게 변화하는 경우, 한국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행동이 계속되고 미국이 여기에 강하게 제동을 건다면 우리의 해상교통로가 통과하는 동·남중국해에서 미·중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 우발적인 군사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강대국인 미·중간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해양권익이 아예 무시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이같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여 지금부터라도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장기(長期)전략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외교·안보정책에 관한 전략적 지평의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ASEAN 제국(諸國)과의 관계를 주변 4강과의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새로운 남방정책을 표명했지만, 이같은 전략지평의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부처·기관은 물론, 민간 학계, 연구단체 간 밀접한 조율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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