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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8-9월) |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통찰력 그리고 미래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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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길병옥(충남대학교 교수) 작성일19-09-05 11:12 조회1,0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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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산업일보)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통찰력 그리고 미래비전

 

길병옥(충남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면 성숙되지 못한 민주주의 국가들간의 국제상황이 떠오른다. 특히 국가간의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을 미성숙한 무정부상태(Immature Anarchy)라고 지적한 서구 학자들의 지적에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된다. 국제관계의 성숙도 여부나 정도에 따라 지역질서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척도가 된다는 견해이다. 


  정치적인 부분이나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와 스포츠 제 분야에 있어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성숙된 민주시민으로서 분쟁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이 아쉽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국가들간의 또는 국민들간의 협력증진과 선린우호를 다지는 모습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 관리상의 우대대상인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제외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2019년 8월 2일 정부각의를 통해 의결했고 8월 28일 부로 시행했다(세계일보, 2019년 8월 28일). 화이트 리스트는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되는 첨단기술이나 전자부품 등을 정부의 허락 없이 다른 국가 등에 수출이 가능한 국가를 가리키고 한국은 2004년에 백색국가 명단에 들어갔다.


  일본은 이번에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수출 신뢰도에 따라 각국을 A~D 네 그룹으로 재편하고 28일 한국을 백색국가(그룹 A, 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그룹 B에 포함시켰다(YTN 홈페이지 자료). 한국이 백색국가 지위를 잃으면서 비민감품목(非敏感品目)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非戦略物資)여도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대한국 수출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비전략물자도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무기 용도로 우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캐치 올(Catch All, 상황허가제도로서 수출 금지 품목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전략무기 개발에 이용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직접 수출을 통제하는 것) 통제 대상이 된다.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은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개별 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일반포괄허가를 거쳤지만, 이번 조치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게 된 것이고 사실상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거의 모든 품목이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 된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지난 8월 23일 결정하여 일본정부에 외교공식서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통보하였다(YTN, 2019년 8월 28일).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협정만료 90일 이전에 종료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1년마다 자동으로 연장이 되는 국회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협정만료는 11월 22일이다. 정부는 또한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에도 고려하고 있다.


  작금의 일본과의 갈등양상을 보면 역사적 통찰력의 부재로 인한 회환이 든다.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고 현재의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여 미래를 나아가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데 현재 일본에는 그것이 없다.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르는 처우가 없다.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는 현재의 모습은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통찰력이 없는 결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받아들이기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사실 국익 차원에서 본다면 국민감정과 국가이성은 구별되어야 하고 감정이 아닌 이성적 합리성이 요구되는 시대이기는 하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은 적이 아니다”라는 논제를 제기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들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논리의 핵심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권유지 차원에서 국민들이 희생되고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다. 왜 가깝지만 먼 나라일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구촌 사회를 보면 가까운 나라들간에 정치, 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 성숙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해온 사례는 많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고 북미 국가들도 그렇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지속되어온 독일의 철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바탕으로 유럽국가들간의 협력을 강화해온 것을 일본은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는 공유된 민주주의의 가치 하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하는 성숙도가 매우 높은 국가들이다.


  물론 이러한 나라들이 역사적으로 영토분쟁이나 경제적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아직도 국가이익에 반하는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서유럽이나 북미대륙처럼 성숙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방안은 없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교류협력을 보면 보다 명확한 내용을 알 수가 있다.
  먼저 정치적인 분야에서는 정기적인 협의와 우호를 다지는 한일의원연맹 그리고 지자체간의 자매결연에 의한 교류협력이 있다. 특히 2011년 서울에 설립된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정부간 협력기구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정치적인 면에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실효성이나 효과에 있어서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비슷한 차원의 “한일재계회의”가 있고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다양한 경제협력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협의를 해온 바가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실익 차원에서는 많은 부분 이득이 없다는 것이 정평이다. 실제로 1965년 한일국교수립 이래 2.2억불이였던 무역규모가 2018년 855억 달러까지 성장하였지만 대부분의 기간에 일본을 상대로 적자를 보았고 한국의 2009-2018 10년간의 무역수지는 흑자가 5,650억불이었는데 대일본 무역적자는 2,290억불에 이르렀다(YTN 홈페이지 자료).


  사회문화적인 부분과 스포츠 교류협력의 분야는 K-Pop 등 한류의 영향으로 인한 협력과 정기적인 스포츠 교류행사들이 있지만 국민들의 호응도나 인지도 차원에서 그 실효성을 비평하는 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5년 한일 우정의 해에 의해 생긴 “한일축제한마당”이라는 행사를 과연 얼마나 국민들이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스포츠 분야도 그동안 역사왜곡, 독도문제 등이 불거질 때매나 교류행사 자체가 위축되거나 취소되는 등 실질적인 교류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이다.


  결국 상대적인 점에서 비교의 대상과 내용이 다를 수는 있지만 시민사회의 성숙도에 따라 국가간 협력의 정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유럽이나 북미 선진국들의 국제관계는 한국과 일본처럼 역사청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감정적 대립이 지속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1965년 외교관계 정상화 했을 당시 지원했던 5억불(3억불 무상원조와 2억불 차관)로 국가주권을 박탈하고 징용이나 위안부를 강제했던 것들이 해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 및 보상이 있어야 하고 미래세대들에게 더 이상은 그런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교훈을 지속적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민주적 시민사회의 성숙도 제고 그리고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동북아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협력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방향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일본이 과거에도 수백년동안 해온 역사적 과오에 대하여 제대로 된 철저한 분석이 과연 있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비평 그리고 성찰적 사유가 절실하다.


  마지막 결론은 역사는 인간이 만들지만 그들이 원하는 데로 만들지는 못한다(Humans make history, but they don’t make it as they wish)는 마르크스(Karl Marx)의 격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역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바탕으로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참고문헌

세계일보, “日 백색국가 제외 오늘(28일) 부터 강행…對韓수출 '절차 대폭
 강화',” 2019년 8월 28일.
YTN, “美, 지소미아 종료, 독도 훈련에 불만,” https://ytn.co.kr(2019년 8월
 28일).
YTN 홈페이지(http://www.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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