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역비중과 글로벌밸류체인 변화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만큼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약 26.8%에 달한다. 이는 수출 2위 대상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 12%의 두 배가 넘고 홍콩 7.6%를 포함할 경우 34.4%로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대중·대미 수출 품목은 대부분 완제품 형태로서 현지에서 최종 소비되는 내수용이며, 중국으로 수출하는 부품 등 중간재의 경우 역시 대부분 가공 조립되어 중국 내수용 제품에 탑재되거나 국내에 역수입된다.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중에서 최종 귀착지가 미국인 것은 약 5%에 불과하다. 또한, 휴대폰, PC 등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은 무역제재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간의 교역 감소와 양국의 내수가 위축되면서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

 글로벌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글로벌 무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무역패턴이다. 이는 제품 설계에서부터 부품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여러 국가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의미한다. 중국은 글로벌밸류체인에 편승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비용을 토대로 글로벌 공장으로서 역할을 지속해왔다. 2001년 세계 상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12.8%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11.8%에서 8.5%로 축소됐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글로벌밸류체인이 변화하고 있다. 세계 무역의 중심은 이미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이 호전되더라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최소화 하려면 먼저 중국과 미국에 집중된 교역구조를 다변화하고 대외적인 위험성을 낮춰야 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밸류체인의 변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특정 국가나 특정 품목에 편중된 대외 의존적인 무역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후 영향을 살펴보면 중국이 향후2년간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서 한국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품목들은 에너지·농산물에서 반도체·전기전자·화학제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중 간에 수출입을 크게 늘릴 경우, 한국·일본·대만·유럽 등 제3국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위기인가? 기회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혁신이 한창인 지금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이기에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줄서기를 강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위험한 줄타기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때 ‘안미경중’이라 하여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경제와 안보 경계의 구분이 어려운 현 상황에 적절치 않으며, 국제규범을 근간으로 원칙을 세워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자무역체제인 RCEP, 한·중·일 FTA, CPTPP 등 다양한 통상협정의 활용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상정책에 접목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밸류체인의 변화에 맞춰 생산네트워크를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동하는 것과 한국으로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변곡점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불러온 신냉전과 치열하게 진행되는 기술혁신의 총성 없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 기업, 노동계, 이익단체,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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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미·중 무역전쟁 끝나지 않았다, 시사저널 1576호, 201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