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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호(4-5월) |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가 말하는 "삼국시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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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한봉준 작성일20-05-14 15:08 조회1,9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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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스스로가 말하는 "삼국시대"는...


공군

대령 한봉준

 

 우리는 어려서부터 – 어쩌면 현재 내 자녀들도 - ‘고구려’, ‘백제’, ‘신라’가 등장하면 즉각적으로 “삼국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과연 “삼국시대”라는 용어가 맞을까?, 아니면 “삼국시대”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니...’라는 미명하에 그냥 사용하는 것일까? 그냥 “삼국시대”라는 용어가 맞나?

 

 

출발​1)

 

 ‘삼국시대’니‘삼국통일’이니 하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무심코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고대 국가​2)들의 성립 및 멸망 시점을 따져보면, ‘삼국’이란 용어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것은 김부식이 제시한 고구려·백제·신라의 건국 연도가 맞든 안 맞든 간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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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도로 보는 4~7세기 고대국가의 정세변화​3)>

 

 <그림 1>은 개인 블러그에서 가져온 그림으로, 한국사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한국사 카테고리에 있는 부분으로 우리들이 현재 가지고있는 인식과 마찬가지로 여러개의 고대국가를 설명하며 “삼국시대”라고 칭하고 있다.

 

검토​4)

 

먼저, 김부식​5)이 <삼국사기>​6)에서 제시한 고구려·백제·신라의 건국 연도가 진실하다는 가정 하에 ‘삼국’이란 용어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보자.

 

 

부여·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공존했던 기간 4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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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 1>은 ‘신라는 기원전 57년,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건국되었다는 김부식의 주장을 근거로 작성했다. 이 표는 고조선 이후의 고대왕국들 중에서 상당 규모의 영토를 보유했던 주요 국가들의 존속기간을 보여주고 있다. 김부식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삼국’이란 용어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부여·고구려·백제·신라·가야를 가리키는 5개의 막대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A-B 구간이다. 이 기간은 가야가 건국된 때(서기 42년)로부터 부여가 멸망된 때(494년)까지다. 무려 452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그래프에서 나타나듯이, 이 시기는 ‘오국시대’라고 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삼국’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데도, 많은 교과서나 연구서·논문 등에서는 여전히 ‘삼국’을 사용하고 있다. 부여가 멸망한 때부터 가야가 멸망한 때(562년)까지의 63년간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존속한 기간이다. 그래프의 B-C 구간이다. 이 시기를 굳이 명명하자면, ‘사국시대’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이때까지도 ‘삼국’이라 할 만한 현상은 전혀 출현하지 않았다.

 

 ‘삼국’이란 표현을 써도 무방한 기간은 C-D 구간뿐이다. 가야가 멸망한 때부터 백제가 멸망한 때(660년)까지다. 이 시기에는 고구려·백제·신라만 존재했다. 명실상부한 삼국시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은 98년에 불과하다.

 

 452년간인 A-B 구간(오국시대)과 비교할 때에, 98년간인 C-D 구간(삼국시대)은 턱없이 짧다. 그런데도 많은 서적에서는 신라 건국 때부터 고구려 멸망 때까지를 ‘삼국시대’라고 부르고 있으니, 완전히 엉터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삼국시대’란 용어만 부적절한 게 아니라 ‘삼국통일’이란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오국시대나 사국시대를 종결시킨 정치적 사건을 어떻게 ‘삼국통일’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신라가 멸망시킨 대상이 백제·고구려이므로, 삼국통일이라 부른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라가 멸망시킨 대상은 가야·백제·고구려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말한다면 ‘삼국통일’이 아니라 ‘사국통일’이라 해야 한다.

 

‘삼국시대’, ‘삼국통일’, 적절한 표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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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신라는 기원전 57년, 고구려는 기원전 37년,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건국되었다는 김부식의 주장이 허위라는 전제 하에 주요 국가들의 존속기간을 재검토해보자. <그래프 2>는 이러한 전제 하에 작성된 것이다.

 

 문헌들을 근거로 할 때, 고구려는 최소 기원전 233년 이전에 건국되었다. 고조선 멸망 당시에 이미 고구려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한서> ‘지리지’,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으로부터 최소 150년 이전에 건국되었음을 추론케 하는 ‘광개토대왕비문’, 서기 668년에 당나라 고종과 가언충이 ‘올해가 고구려 건국 900주년’이라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기록된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보장왕 편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따르면 고구려는 부여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부여는 기원전 233년 이전의 어느 시점부터 존재했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서는 소서노·비류·온조가 고구려 시조 고주몽과의 반목 때문에 고구려를 버리고 백제를 세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백제는 고구려보다 ‘약간 늦게’ 생긴 나라다. 가야의 경우에는, 이 나라가 서기 42년에 건국되었다는 <가락국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별다른 사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그래프 2>를 작성했다.

 

 A 시점 이후만 놓고 보면, <그래프 2>는 <그래프 1>과 똑같다. 이 경우에도 진정한 의미의 ‘삼국’을 말할 수 있는 기간은 가야 멸망 이후부터 백제 멸망 이전까지의 98년간이다. 그래서 <그래프 1>과 마찬가지로 <그래프 2>를 통해서도, ‘삼국시대’니 ‘삼국통일’이니 하는 표현들이 부적합함을 알 수 있다.

 

 육안상으로 나타나듯이, <그래프 2>가 <그래프 1>과 다른 부분은 ‘A 이전 구간’이다. 고구려·백제의 건국 연도가 상향 조정되다 보니, <그래프 1>에 비해 A 이전 구간이 크게 변했다. 하지만 A 이전 구간에서도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이란 표현을 사용할 만한 여지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이 어느 경우를 보더라도 ‘삼국’을 말할 수 있는 기간은 98년간에 지나지 않는데도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근 1000년의 역사를 ‘삼국’이라는 틀로 설명했다. 김부식만 욕할 게 아니다. 오늘날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의 오류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무심코 ‘삼국’이란 표현을 쓸 때가 많다. 국사 교과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소연

 역사가(歷史家)는 현재 사료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또는 목소리 큰 사람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Fact를 현재의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하고, 그러한 Fact를 기반으로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왜 삼국시대인지 모르고 막연히 ‘옛날부터 그렇게 불러왔데’라는 식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이는 우리의 잘못인 것이다. 나는 ‘삼국시대’이건, ‘오국시대’이건, ‘열국시대’이건 그 명칭에 대해서 시비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이와같은 인식에서 출발하여 과거의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미주 

1)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05159

        11.01.06 14:37l최종 업데이트 11.01.06 15:06l 김종성(qqqkim2000)

2) 국어표준대사전에서는 1.역사상 처음으로 출현한 중앙 집권적인 통일 국가.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에 이르러 형성되었다. 2.중세 이전의 고대에 형성하여 발전된 여러 형태의 국가.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이또한 문제가 있다.

   출처 : https://ko.dict.naver.com/#/entry/koko/887163d75fd24312b2d20d8ece391de4

3) 출처 : https://blog.naver.com/jihui3037/220766472286

4)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05159

        11.01.06 14:37l최종 업데이트 11.01.06 15:06l 김종성(qqqkim2000)

5)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은 고려 중기의 유학자·역사가·정치가였다. 이자겸과 묘청의 난을 물리치고 승승장구하여, 수충정난정국공신(輸忠定難靖國功臣)에 책봉되고, 검교태보 수태위 문하시중 판이부사(檢校太保守太尉門下侍中判吏部事)에 올랐다. 유교주의적 대의명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 보려 했다는 점에서, 그는 전형적인 중세의 유교적합리주의자였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9131&cid=59015&categoryId=59015)

6) 1145년(인종 23)경에 김부식(金富軾) 등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의 정사.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3064&cid=46620&categoryId=4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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