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호(12-22,1월)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본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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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전기석 작성일22-01-18 15:18 조회2,272회 댓글0건본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본 군대
충남대 국가안보융합학부 전기석
1. <군주론> 배경 이해
타임지와 뉴스위크에 명서로 인정받고, 서울대 등 국내 대학들이 필독서로 선정하고 있는 책, 그러나 한편으로 프레드릭 대제와 천주교 교황들로부터 비인간적이고 없애야 할 책이라고 비난을 받고 결국은 금서가 되었던 책, <군주론>.
마키아벨리하면 표리부동, 교활함, 조작과 기만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마키아벨리가 알게 된다면 매우 억울해할 수도 있다1).
군주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한다. 글이 쓰여진 15년 후에나 1532년에 출간되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하여 저술하지 않았다.
16세기 당시 이탈리아는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국, 피렌체 공화국, 나폴리 왕국, 교황령 등으로 분열되어 한 일방이 강대국이 되는 것을 서로 견제하며 극심한 경쟁 상황 가운데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서기장으로 일하며 프랑스와 교황인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자가 통치하는 공국에 외교관으로 파견을 나가서 이탈리아 각 공국과 왕국들의 경쟁과 통치자들의 통치술을 옆에서 직접 관찰하였다.
그는 프랑스의 도움으로 피렌체 공화국이 무너지고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귀환하면서 고문과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유배생활을 보내면서 <군주론>을 집필하기 시작하였고 사본들이 1532년에 인쇄되었다.
<군주론>을 쓴 의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첫 번째 공화국의 멸망으로 서기장이라는 공직에서 쫓겨난 마키아벨리가 권자로 돌아온 메디치 가문에게 아부하여 자신을 써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공직에서 물러난 다음 명쾌한 현실감각을 통해서 역사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서기장과 외교사절 경험을 통해 익힌 통찰력을 집약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의견은 영광을 누리던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조국 이탈리아가 여러 왕국, 공국 등으로 분열되어 있는 현실을 보고 쇠락을 막기 위해서 글을 썼다는 것이다.
<군주론>이 인쇄된 1530년대에는 군주론의 내용이 매우 급진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책은 16세기에 로마 교회의 교리에 어긋난다고 평가되어 금서가 되었다. 이후 나폴레옹이 애독하고 그러나 그의 저술 50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군주론>은 극과 극의 해석이 지속되고 있으며 500여 년 전의 세계가 아닌 현재의 현실 세계에 적용하여 인간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2. 마키아벨리와 군대
마키아벨리는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로 좋은 법과 좋은 군대를 제시한다2). 이 중에 좋은 군대 없이는 좋은 법을 가지기란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군대의 중요성을 가장 앞에 놓고 있다.
군대의 종류는 용병, 원군, 자국군이 있다. 당시에 이탈리아의 여러 공화국, 공국, 왕국, 교황국은 용병 활용이 만연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군대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주장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자신의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용병과 원군은 무익하고 위험하다고 제시하였다. 위대한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 이유는 고트족 용병의 반란에 의한 멸망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용병 무용론을 제시하였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용병 활용이 만연했던 이유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대표를 선발하여 통치되는 공화정은 상업의 발달로 인한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용병을 고용하였으며, 막강한 종교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교황들은 군대 경험이 없었다. 이로 인해 통치체제가 공화국이던지 왕국, 교황령이던지 관계없이 용병 활용이 만연하였고, 각국이 전쟁을 할 때 전투의 주체는 양쪽이 모두 용병이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용병은 결정적 전투를 회피하거나 전투를 질질 끌고, 기강도 문란하며, 돈을 더 많이 주는 쪽에 매수되는 신의조차도 없는 집단으로 맹비난을 하였다. 특히 야심이 있고, 매우 유능한 용병대장이라도 있다면, 자신의 권력을 쌓기 위해 고용주를 공격하거나 고용주의 지시와 다른 적을 공격한다는 것을 로마제국, 카르타고,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을 예로 들고 있다.
다음으로 원군이란 타국의 군주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파견된 군대이며, 이 또한 용병처럼 무익한 군대이며 어떤 면에서는 용병보다 더 위험하다고 제시하였다. 교황은 자신의 용병부대가 페라라 전투에서 성과가 없자, 페라라 정복을 위해 스페인의 페르나도 2세에게 원군을 요청한다. 또한, 피렌체 공화국은 군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피사를 정복하기 위해서 프랑스에 원군을 요청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탈리아 내부의 여러 주체들의 경쟁에 외국 군대가 개입하게 되었고, 스페인과 프랑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급기야 직접 통치 또는 간접 통치를 하게 된다. 용병은 비겁하고 전투를 기피하지만, 원군은 훈련이 잘된 군대이며, 용맹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군이 패배하면 원군을 요청한 군주는 결국 몰락하게 되고, 원군이 승리한다면 요청한 군주는 그들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들의 처분에 맡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군대라고 말하였을 때 이것은 자신의 군대3)를 말한다. 통치체제가 어떠하든지 해당 국가는 자국 군대를 가지지 못하면 안전할 수 없다고 결론 짓는다. 당시 역사가들이 용병제가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매우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4). 자신의 무력은 자국의 신민 또는 시민, 아니면 자신의 부하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말한다. 더불어, 군주는 항상 군무에 관심을 가지고 전쟁에 관한 역사서를 탐독해야 하고 사냥 등을 통해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용병대를 시민군으로 대체하는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였고 대평의회의 승인을 받았고 새로운 위원회로 9인의 시민군 위원회(Nine of the Militia)가 세워졌다. 더구나, 그는 1506년에 <보병을 위한 계획, A provision for Infantry>을 저술하였다5).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출판된 약 200년 후 1795년에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영구 평화론>을 제시하였다. 전쟁은 악이며 영구평화야말로 인류가 도달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하였다. 세계 평화가 성취되는 조건 중 하나로 각국이 군대를 폐지한다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하였다.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은 현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자유주의 시각을 대표한다6).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칸트보다도 250여 년이나 먼저 앞서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국가의 존립을 위해 훌륭한 자국 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근대에 저술된 칸트의 <영구평화론> 보다 작금의 현실상황에 더욱 적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는 이 시간도 기존 세계질서의 패권자로 미국과 신흥 패권자로 부상하는 중국의 갈등과 경쟁으로, 사이버테러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국가와 비민주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쟁으로, 종교 간의 갈등으로, 민족 간의 갈등으로, 각각의 공동체는 위협을 받고 있다.
강한 자국 군대가 있어서 평화가 지켜지는 것인가? 강력한 자국 군대로 인해 평화가 헤쳐지는 것인가? 칸트의 말처럼 강한 군대가 없다면 평시에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강한 군대가 없다면 평시에 전쟁이 억제되지 못하고 타국의 입김(영향력)에 흔들리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왔다.
데이브 그로스먼과 로런 크리스텐슨 데이브 그로스먼과 로런 크리스텐슨7)이 말한 것처럼 전쟁은 탐욕을 달성하기 위해 타국을 공격하는 늑대의 행위로, 그러한 늑대의 공격행위로부터 자기의 양들을 보호하기 위한 양치기 개의 행위로 표현하였다. 양치기 개는 공격해 오는 늑대에 대한 적대감과 자신이 지키는 양 떼에 대한 애정이라는 두 개의 감정을 가진다고 말한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땅에서 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소방관은 화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땅에서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현실은
강한 군대는 평시에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이 땅에서 전쟁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현실은
이것을 위해 이 시간에도 전·후방에서, 육지, 바다, 하늘에서 수고하는 군대 구성원(직업군인, 군무원, 용사들)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군대와 관련하여 자유주의적 관점을 나타내는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 보다 현실주의 관점을 나타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군대에 관한 견해를 더 지지한다.
나는 현실주의자인가 보다.
<주석>
1) 마키아벨리.2015. 군주론. 강정인,김경희 역. 까치
2) 상게서
3) 자국군대를 말한다.
4) 퀜틴 스키너.2010.마키아벨리의 네얼굴. 강정인·김현아역.한겨레출판
5) 상게서
6) 황진환외.2017. 신 국가안보론. 박영사
7) 데이브 그로스먼과 로런 크리스텐슨.2013. 전투의 심리학. 박수민역.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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