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 (2/3) > E-저널 2022년 ISSN 2465-809X(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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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호(2-3월) |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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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덕기 작성일22-03-17 22:37 조회8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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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와 대응 전략

 앞에서 분석한 것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략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목표와 대응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차단하고, 속국으로 만들어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는 것이다. 1989년 민주화 벨벳 혁명을 시작한 체코의 모토가 ‘유럽으로의 복귀’였다. 러시아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EU 가입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CIS 국가로 확대되면서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 국가를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억압하고 있다. 따라서 동구권 국가들은 지금도 러시아 포비아(공포증)를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NATO 불(不)가입과 안전보장 약속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멈출 수 없다.’라는 태도다.

 전(前)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독일 통일을 허용할 때 ‘공동의 집으로서의 유럽(Common European Home)’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러시아가 포함된 유럽 질서 구축을 밝혔다.​7) 당시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와 미팅(1990.2.9) 시 ‘NATO는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하지 않는다(not one inch Eastward).’라고 약속했다.​8) 하지만 그 후 NATO의 동진은 계속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경제 침체 등 국력의 쇠락으로 반발할 여력도 없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까지 NATO에 가입한다면 지정학적 완충지대가 사라져 NATO의 군사력이 자국의 턱밑까지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NATO 가입을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나 이미 NATO에 가입한 동구권 국가들은 NATO 가입 이유를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둘째, 러시아는 만약 미국과 유럽이 동진을 멈추지 않을 때를 대비해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 또한 러시아는 최근 이슬람 근본주의와 분리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크라이나가 중요하다. 과거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 시 모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양쪽으로 밀고 들어온 적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미사일 방어(MD) 체계인 Aegis Ashore 배치를 구축하면서 계속 불만을 제기해 왔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유럽의 침입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으나, 만약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성사 시 완충지대가 사라진다는 위협 인식이다. 러시아는 만약 비핵화된 우크라이나에 NATO의 핵미사일이 배치될 수 있고, NATO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5-10분 이내에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도 있다. 또한 러시아는 최신 방공체계로 저공으로 비행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 소련은 서유럽 주요 도시를 10-15분 이내에 모두 파괴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핵미사일을 약 3,000개나 배치한 적이 있다.

 셋째,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미국이 폴란드, 루마니아에 Aegis Ashore 미사일 방어(MD) 체계 배치로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어 NATO의 군사적 동진을 차단하고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 하여금 인도·태평양으로부터 유라시아까지 전선을 확대하는 부담을 갖게 만들려는 전략적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1>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미국과 러시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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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CIS 국가들의 친(親) 서방화를 막으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강한 러시아’ 추구 전략에 대응해 소련에 속해있던 유라시아 내륙 내에서 친서방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등의 유라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비록 러시아가 중국주도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가하는 등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바탕으로 CIS 국가들에 대해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만약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점령하지 못한다 해도 우크라이나를 속국(屬國)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지속 억압할 것이다.

 첫째, 러시아는 서방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석유와 가스)를 무기화하여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 압박 또는 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가시화한 2009년에도 1월부터 약 2주일간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협상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이 체결한 관세동맹에 참여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NATO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의 보호국으로 남으라는 요구였다.

 러시아는 동 전략 실현을 위해 2011년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서유럽(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드 스트림(Nord Stream)’ 천연가스관을 건설했고, 2015년부터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2배로 키우기 위해 ‘노드 스트림 2(발트해를 통해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 계획도 추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이러한 정책에 대한 높은 경계감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러시아 가스공급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들의 대체 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10억 달러(1조 1,516억 원) 규모의 그린 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9)​ 또한 폴란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천연가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10) 우크라이나 사태를 관리하기 위해서 서방이 다시 단합하는 분위기다.

 둘째, 만약 러시아는 미국·유럽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시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속 압박할 것이다.​11) 일례로,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에 군사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하자, 중국도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카자흐스탄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는 회원국인 카자흐스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중·러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NATO의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2022.2.4)하면서 반미(反美)를 고리로 전략적 밀월관계 유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서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추가 공급 지원과 같은 군사적 대응 외에 2014년 크림병합 후 러시아에서 실시 중인 경제 제재​12)에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다. 

 미국이 고려 중인 추가 경제 제재 방안으로는 러시아의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사업 진행 중단(개통식만 남겨 놓은 단계), 친러인사 자산 동결 등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 중에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중간재 수출 금지도 고려 중이며,​13)​ 만약 이 방안이 시행되면 러시아 공업의 30-50%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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