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호(2-3월) | 경계부대 「매너리즘」 관리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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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봉철 작성일22-03-17 22:58 조회1,335회 댓글0건본문
경계부대 「매너리즘」 관리방안
육군 준장 이봉철
1. 서론
이 글을 쓰게 된 배경과 목적은 언론을 통해 ‘경계작전 실패’라고 보도되는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무엇이 문제이며, 해결방안은 없는지?’ 대한민국에 근무하는 모든 경계부대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써내려 간다.
육군 23경비여단은 지난 2021년 9월 1일 창설되어, 동해안 지역의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해안경계 전담부대이다. 창설 후 지휘관으로 취임하여 제일 먼저 ‘2019년 삼척항 목선 귀순사건’을 비롯한 과거 경계작전 교훈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잘 갖춰진 경계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계작전의 주체는 결국 ‘사람’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감시병들은 매일 같은 임무를 반복해서 수행함에 따라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그런 측면에서 매너리즘은 ‘척결1) · 타파2)’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리3)’해나갈 대상으로 인식 전환을 하게 되었다.
2. 매너리즘은 왜 척결·타파되지 않는가?
「매너리즘」에 대해 NAVER 사전에서는 다음 세 가지로 뜻을 정의하고 있다.
① 틀에 박힌 방식이나 태도 ②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③ 어떤 일을 틀에 박힌 방식이나 태도로 반복하여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지루한 상태 |
이 정의에 따르면 틀에 박힌 방식으로 매일 반복되는 일은 매너리즘이 생기기 마련이다. 매너리즘의 주체도 결국 ‘사람’이다. 경계부대의 반복되는 임무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따라서 장병들은 매너리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경계실패 사례를 보고 겪어왔고, 분석된 사례의 결론은 판단 오류, 경험 부족, 나태함 등 늘 ‘사람’이 문제였다. 따라서 경계실패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매너리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 복무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군 복무는 잃을게 더 많다’는 인식이 73.5%, ‘군 복무는 시간낭비다’라는 인식이 68.2%, ‘가능하면 안가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82.6%로 군 복무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림-1] 20대 남성 군 복무 인식4)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입대 장병들에게 헌법의 4대 의무와 애국심만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빈틈없는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충성스러운 전사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레이더나 TOD 등 감시장비 운용을 고려하면 감시병들은 하루 4시간 이상 7~9개 모니터에 두 눈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피로’라는 생리적 현상을 극복하며 특이사항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감시병 입장에서는 전입 후 18개월 중 절반 이상을 영상감시병으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실제 적이 침투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全無)하다. 이러한 상황의 연속은 긴장을 늦추게 되고 경계·감시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개월 전에도 상황이 없었고, 1주 전에도, 어제도 그랬으므로 오늘도 적은 내 모니터에 식별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너리즘 ‘제로화(ZERO化)’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했듯 매너리즘을 ‘척결·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3. 매너리즘 관리방안
효과적인 매너리즘 관리를 통해 매너리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휘관심 경주가 필요하다. 경비여단에서는 그동안 매너리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추진해왔고, 적용하여 효과를 본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가. 경계작전에 대한 흥미유발
경비여단에서는 매너리즘 관리를 위해 경계작전에 흥미를 유발할 요소를 부여했다. GOP 경계의 핵심제대가 ‘중대’ 라면, 해안경계의 핵심 제대는 ‘소초’이다. 따라서 감시병, 소초장 등 직책별 임무를 단순하게 부여해 “이것만 하면 된다!” 라는 인식으로 작전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토록 했다. 또한 소초 근무자 편성은 작전명령으로 하달하여 병사와 간부들이 책임감을 고취하도록 했다.
∙감시병 : 돌연표적, 미상물체 식별, 추적감시→소초장에게 최초보고 ∙소초장 : 중·대대장에게 상황보고 / 소초 기동타격대 출동 준비 ∙대대장 : 여단장에게 상황보고 / 여단 예하 全 제대 출동 준비 |
<직책별 임무 단순화>
그리고 해상 실종자 또는 선박사고 식별, 미상물체 식별 등 실상황을 조치한 유공자들에게는 표창 및 포상금 수여 등 포상조치를 하고, 미흡자는 경고장 수여 등 신상필벌을 강화했다. 실상황에 대한 인접소초 조치결과는 「전투상보」로 작성해 전파하고, 각 소초에서는 이를 복기하며 상황조치 절차를 숙달하도록 했다.
적이 있는 훈련으로 현장에서 임무수행하는 장병들의 실전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대항군이나 해상 선박운용을 통해 적이 있는 상황에서 실전적 상황조치 훈련을 하며 실전감 유지와 조치능력을 숙달토록 하고 있으며, 상황 발생 시 현장 지휘자인 소초장들이 작전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입체지도와 주요 지명, 확인점 등이 표시된 「How to Fight 상황판」을 제작하여 작전 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수제선 일대 쌍방 교전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심야 취약시간대 감시병들의 졸음 해소를 위해 마스크팩을 활용한 활력 재충전 시간도 부여하는 등 ‘매너리즘 최소화’를 위한 여러 관리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나. 단결력과 애대심 고취를 통한 팀워크 향상
경비여단 장병들이 ‘원팀(One-Team)'으로 하나되어 임무완수 할 수 있도록 단결력과 애대심 고취를 위한 지휘노력도 기울였다.
소초별 특색있는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근무에 투입하여 소초의 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고, 경례구호를 “충성! 찾고 잡자!”로 보강해 ‘철벽부대원’으로서 ‘철벽’ 경계의지를 표출하도록 했다.
지난 연말에는 ‘쇼미더철벽’ 이라는 소초별 랩 UCC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UCC 제작과정에서 전 소초원들이 함께 참여하며 단결력과 애대심을 배양하도록 했고, 지휘의도 결집을 위해 격월 단위로 ‘철벽 축구리그’를 개최하여 여단장부터 용사들까지 함께 땀 흘리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경비여단 장병들은 오늘도 ‘원팀’으로 똘똘 뭉쳐 임무수행 하고 있다.
4. 결론
얼마 전 사단장급 이상 경계부대 지휘관들이 경계작전 실패 재발 방지를 위해 모두 화상회의에 등장해 각종 방안들을 제시한 적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경계부대 지휘관 중 한명으로서 조금은 절박한 심정을 담아 본 글을 작성하였다.
여기에서는 경계부대 「매너리즘」관리방안만을 제시하였지만, 이것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경계 「시스템」구축이며, 시스템 구축은 METT+TCS Mission, Enemy, Terrain&Weather, Troops available, Time available, Civil consideration, Safety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 중 ‘T(가용시간)’ 요소 측면에서 경계부대의 작전 반응시간 확보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그 시스템을 결국 사람이 행동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잘 만든 경계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고, 사람은 계속 반복되는 임무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앞에서 살펴보았다. 따라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매너리즘 관리가 완벽작전을 보장한다는 것을 재인식하고, 부대별 특성에 맞는 매너리즘 관리방안을 적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각주>
1)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냄.
2) 부정적인 규정, 관습, 제도를 깨뜨려 버림.
3)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함.
4) 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연구(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참고문헌>
1. 국내문헌
조영주·문희영·김엘리(2019), 「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 인터넷 검색
NAVER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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