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호(4-5월)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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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진용 작성일22-05-03 16:41 조회1,233회 댓글0건본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단상
이진용(충남대학교 교수)
Ⅰ. 서 론
▲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를 침공했다.
우리는 흔히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또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전쟁이 없는 시대, 평화를 염원하며 어떻게 하면 평화를 얻게 될 것인가를 두고 그 방법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전쟁에 관한 연구 경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전쟁이 왜 발생하며 이를 방지할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전쟁원인론, ② ‘전쟁이 무엇이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전쟁수행론, ③ ‘지속되고 있는 전쟁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종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쟁관리론이 있다.1)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과
전쟁의 전조는 그 이전부터 있었으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전면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KBS 20220224 방송)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고자 오랜 기간 열망해왔다. 2013년 당시 친러시아 대통령 야누쿠비치는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서명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 유럽연합 가입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꿈은 무참히 짓밟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EU 협정 가입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야누쿠비치 대통령이 돌연 협정체결 파기를 선언했다. 유럽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분노한 시민들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친유럽 정책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일명 유로마이단 시민혁명) 경찰특공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120여 명이 사망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결국에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야반도주하게 된다. 혁명은 이렇게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혼란을 틈타 친러 성향의 주민 비율이 특히 높은 크림반도에 러시아가 진주했다. 2014년 2월 러시아는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장병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3월 16일 크림-러시아 합병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신속하게 실시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 손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지역 러시아계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무기로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포섭해서 주민투표를 하게 만들어 그냥 병합한 것이다. 크림반도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러시아의 땅이 돼버린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위기마다 푸틴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옛 소련의 귀환을 꿈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한 발 더 다가갔다. 다음은 돈바스 지역...친러시아계 주민들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정부군과 충돌했다. 러시아는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했다. 실질적으로 만 4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는 8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5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이 지역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두 개의 자치공화국이 수립됐다. 잔인한 내전이 계속됐다. 푸틴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2월 21일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하고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진입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친러시아 성향의 도네츠크 주민들을 규합한 반우크라이나 정부 운동을 러시아가 배후에서 지원하면서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는 것이 다수견해이다.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
러시아는 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일까? 러시아와 푸틴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러시아가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는 것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이 보유한 최첨단 군사력이 이 지역에 배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러시아의 서부 국경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연례기자회견 방송을 통해 “러시아는 동구권 국가들에게는 나토의 영향력이 단 1인치도 미쳐서는 안된다고 했고, 1990년에 나토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결과를 보십시오. 우리를 완전히 속였어요”라고 말하며 나토가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온 현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세력권으로 다시 끌어들여서 과거 소련연방이 누렸던 것처럼 강대국으로 부활하고자 하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들 수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세력권 안으로 되찾는 걸 자신의 사명으로 삼아왔으며 심지어는 지난해에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동일성에 대한 논문까지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해서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유럽의 안보질서를 러시아 중심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러시아 국내적으로 보면 헌법까지 바꾸면서 재집권을 노리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후 80%까지 치솟았던 인기를 회복할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측면이다. 푸틴 정권에 느끼는 피로감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를 극복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내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기에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한다 해도 러시아 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과거 경험을 발판 삼아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늘리고, 달러 비중을 16%까지 낮춘 데다 유럽에는 천연가스를 무기 삼을 수 있고 만일의 경우 유럽수출 손실분을 중국에서 메운다는 계산도 마쳤다.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두고 러시아와는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는 유럽국가들의 속내가 러시아에게 자신감을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케네스 월츠 교수의 분석틀을 적용하여 인간적 차원의 전쟁의 원인 측면에서 본다면 먼저 푸틴 대통령 개인이 지닌 호전적 기질과, 권력의 장기집권을 향한 정치적 야망, 러시아의 영광을 바라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러시아가 나토세력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군사적 안보에 대한 위협인식이 작동했을 것으로 보는, 사회·국가 차원의 전쟁의 원인이다. 러시아는 과거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폴란드, 벨라루스 등의 지역을 일종의 러시아 본토 방위를 위한 완충지대로 활용해 왔다. 1991년 이후 이들 국가들의 독립과 친서방화 정책 추진 등을 러시아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 요인으로 인식해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제체제 차원의 전쟁의 원인으로서, 유럽의 안보질서를 러시아 중심으로 재편해 나가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들 수 있다. 번영하지 않는 국가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소멸되어 간다는 과거 수많은 국가와 문명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 장기 집권과 함께 구소련연방 시대처럼 세계강대국으로 회귀하려는 노력은 예견된 수순이다. 여기에 아시아 태평양 중심으로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경쟁이 격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지역내 힘의 공백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러시아가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II. 결 론
프랑스대혁명 이후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자유와 평화, 평등이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대명천지에 세계강대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내 다수 러시아인들 중심으로 수립한 독립국가를 우크라이나에서 ‘해방’ 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혀 왔지만, 러시아의 목표가 여기서 그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돈바스 지역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우크라이나의 공업지대로 그 경제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인가? 미 전쟁연구소(ISW)는 소위 러시아의 ‘이기고도 진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영토의 한 점(every metre)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는 5월 9일에 러시아군이 1945년 나치 독일을 격퇴한 것을 기리는 승전기념일을 맞이하여,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해방시켰다는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한스크 지역에 인민공화국 수립을 자처한 반군 지도자는 해방 이후 주민투표를 열어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돈바스를 향한 러시아의 목표는 꽤 노골적이며, 이 경우 우크라이나 분단이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인가? 수도 키이우를 지켜내고,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젤렌스키의 승리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단상을 떠올린다.
<각주>
1) 김열수,『전쟁원인론:연구동향과 평가』, 국방대학교 교수논침 제38집 (2004),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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