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호(12-23,1월) | 우크라이나 전쟁 한가운데 공포된 러시아연방 ‘2022 해양 독트린’의 내용과 평가
페이지 정보
Written by 한종만 작성일23-01-30 10:02 조회573회 댓글0건본문
우크라이나 전쟁 한가운데 공포된 러시아연방
‘2022 해양 독트린’의 내용과 평가
한종만(배재대학교 명예교수)
I. 서 론
세계 1위의 영토 대국에 걸맞게 러시아연방은 3개의 대양(태평양, 대서양, 북극양)과 13개의 바다와 카스피해 연안국이다. 대서양과 연계되는 흑해, 아조프해, 카스피해, 발트해뿐만 아니라 태평양의 동해, 오호츠크해, 베링해 그리고 북극양(동쪽부터 축치해,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 페초라해, 백해, 바렌츠해) 등 해안선의 길이는 3만 7,654km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러시아의 ‘해양 독트린(Maritime Doctrine)’ 선언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연방의 해양 독트린은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강한 러시아’ 기치를 내걸면서 해양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2001년 처음으로 제정됐다. 2014년 돈바스 사태와 크림(크름)반도의 합병으로 야기된 서방의 제재 등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변화 등에 대응하고 강한 해양전략의 실현을 위해 2015년 6월 17일 푸틴 대통령이 승인하고 2015년 7월 26일 ‘해군의 날’(전통적으로 매년 7월 마지막 일요일)에 공포된 ‘2015 해양 독트린’은 러시아의 국가 해양 정책 원칙 및 목표를 규정했다.1) 2022년 7월 31일(일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크론슈타트에서 개최된 러시아 해군 창설 326번째 해군의 날 행사에서 푸틴은 국가 안보와 사회경제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22 해양 독트린’(대통령령 512호)을 공포했다.2)
‘2015 해양 독트린’은 크림반도 합병을 종료한 후, 3번째 버전 ‘2022 해양 독트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한창 진행 중에 공표됐다. 2015년 이후 모스크바가 발표한 세 개의 문서는 러시아의 글로벌 해양 강국의 야망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다. 새 독트린은 ‘2015년 해양 독트린’, 2017년 7월 20일 발표된 ‘2030년까지 해군 작전 분야에서 러시아연방 국가정책의 기초(Fundamentals of the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in the Field of Naval Operations to 2030)’, 2019년 8월 30일 공포된 ‘러시아의 해양 활동 개발을 위한 2030 전략(Strategy for the Development of Russia’s Maritime Activities to 2030)’, 2021년 7월 2일 승인된 ‘국가안보전략’(6년마다 업데이트) 등과 연계되어 업데이트된 전략문서다. 특히 이 버전은 2022년 5월 15일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 신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해양 독트린과 해군 기초는 높은 수준의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방법과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전략은 구현 과제와 이전 문서에 명시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성 측정을 결정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II. 2022 러시아연방 해양 독트린의 내용3)
새 독트린은 제1부 일반조항, 제2부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연방의 국익과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 및 위협, 제3부 국가 해양 정책의 전략적 목표와 원칙, 제4부 기능 영역에서 해양 활동 개발의 우선순위, 제5부 국가 해양 정책의 지역적 방향, 제6부 해양 활동 제공, 제7부 해양 활동 분야의 동원훈련 및 동원 준비, 제8부 해양 활동에 대한 국가 관리의 기초, 제9부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연방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해양 정책 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절차, 제10부 결론 등 총 106조로 구성된 55쪽 분량으로 해양 활동과 관련된 국가 역할의 전반적이고 총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제1부 일반조항에서 새 해양 독트린은 “러시아연방의 국가 해양 정책과 러시아연방의 해양 활동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의 총체를 반영하는 전략 계획 문서”(제1조), 본문에 사용되는 기본개념 7개(국가 해양 정책, 해양 활동, 국익, 안보 위험, 도전, 위협, 해상 잠재력)를 정의하고 있다(제4조 1-7항).
세계 해양과 관련된 러시아연방의 국가 안보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주요 도전과 위협(제22조)에서 미국과 NATO를 러시아의 주요 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해양 활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인 여러 결점 영역을 거론하고 있다(제23조 1-7항): 러시아 상선 함대의 부족과 외국 국적 선박과 해양 파이프라인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 해양 과학 연구 분야의 역량과 능력 부족; 장기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현대 기술 이전, 장비 공급과 관련된 회사를 포함하여 러시아의 조선, 군사 산업 단지, 석유/가스 회사에 대한 제재 부과; 북극 해양 공간에 대한 국제법적 경계 설정의 불완전성, 특히 ‘1936년 몽트뢰 협약’에 의해 부과된 제한;4) 전 세계 해역에서 러시아 해외 기지 부족 등을 거론하고 있다.
새로운 해양 독트린의 최우선 과제는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의 ‘독립, 국가 및 영토 보전과 주권의 불가침성’ 등 14개의 국익(2015년 판 7개)의 실현을 위해 해당 지역의 관심 분야를 ‘생존적 중요’, ‘중요’, ‘기타’의 세 지역(구역)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제12조).
<표 1> 러시아연방 국익 실현을 위한 ‘생존적 중요’, ‘중요’, ‘기타’ 해양 구역
구분 |
해양 구역 |
생존적 중요 |
러시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UN 해양법 76조에 따른 대륙붕 확장 북극 분지, NSR 수역을 포함한 러시아연방에 인접한 북극 분지, 오호츠크해 및 카스피해 러시아 수역 |
중요
|
아조프(아조우)해와 흑해를 포함하여 러시아연방 해안에 인접한 해양과 바다의 수역, 지중해 동부 해역, 흑해 및 발트해와 연계된 해협과 쿠릴 열도 해협, 아시아 및 아프리카 연안 국제 운송로 |
기타 |
생존적 중요 혹은 중요 지역이 아닌 수역 |
자료: 러시아연방 ‘2022 해양 독트린’ 원문 제14조, 제15조, 제16조.
‘생존적 중요지역’은 러시아의 국익과 발전에 영향을 미치며 통제력 상실 시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러시아연방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정의된다(제13조).
‘중요지역’은 주로 경제발전과 인구의 물질적 복지, 국가의 전략적 및 지역 안보와 러시아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정의되고 있다(제15조).
러시아의 ‘생존적 중요’ 및 ‘중요’ 지역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권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치(군사 독트린에 따르면 생존 중요지역의 안보는 핵무기로 보호)가 취해질 것이며, ‘기타’ 해양 지역에서는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에 따라 주로 정치적 및 법적 도구, 외교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기타 비군사적 방법의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제103조).
55쪽에 달하는 러시아의 새로운 해양 독트린 전문에서는 22쪽에 걸쳐 빈번히 언급된 북극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5)
‘러시아연방의 북극지역(AZRF)’과 NSR(북부해항로) 개발이 국익 목록에 추가되었다(제9조 13-14항). 이 독트린은 북극에서 미국과 NATO의 해양 활동을 러시아에 대한 주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문서는 북극항로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북극에서 외국 해군의 주둔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NATO의 노력이 러시아 안보의 핵심 과제라고 명시하고 있다.
새 독트린에서 최우선순위 북극은 첫째, 대서양과 태평양에 대한 러시아함대의 자유로운 접근; 둘째, 러시아연방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 셋째, 러시아연방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안보를 위한 NSR 개발 중요성; 넷째, 국가 방어를 위한 북부함대의 결정적 역할을 제공한다. 북극의 중요성은 2021년 1월 1일 북부함대를 북부 군관구로의 승격과 러시아의 ‘2035 북극전략’에서 강조되고 있다.6)
2022 해양 독트린은 구 독트린에 반영된 해양 활동의 4개 영역, 즉 해상운송, 해양 자원의 개발 및 보존, 해양 과학 연구 및 해군 활동 외 해상 파이프라인 개발 활동을 추가했다(제42조). 이 추가는 러시아 석유·가스에 대해 서방의 금수 조치의 대응책으로 해외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가스 운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텍스트와 유사하게 새 독트린도 세계 해양 6개의 국가 해양 정책의 지역적 ‘방향’으로 구분한다. 2015년 독트린에서 1위 대서양(발트해, 아조프해·흑해 및 지중해 분지), 2위 북극, 3위 태평양이었지만 새 독트린에서는 1위 북극, 2위 태평양, 3위 대서양이다. 그 뒤를 이어 카스피해, 인도양, 남극 순이다. 이 우선순위는 해당 지역의 지리적 및 사회경제적 특성과 러시아연방에 대한 지정학적 및 군사적 전략적 중요성에 기반하고 있다(제49조). 전반적인 러시아 외교 정책의 더 넓은 맥락에서 볼 때 이는 대서양(흑해와 발트해)가 북극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 상황의 변화로 지역적 특성에 맞는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북극을 세계 경제 경쟁 지역일 뿐만 아니라 군사 경쟁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북극지역에 대해 명시된 21개 영역은 공격적인 접근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제50조 1-21항). 북극과 태평양 모두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그 동맹국(NATO와 일본 등)들 사이의 전략적 대결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대응책으로 북부함대 및 태평양함대의 전투준비 태세를 개선하고, 첨단무기 시스템을 우선 조달한다. 러시아 해군은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지리콘 등)을 인도받아 함대에 새로운 공격 능력을 추가하며, 쇄빙선에 모듈식 기능을 추가하여 선박에 순항 미사일, 어뢰 발사 또는 기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스발바르, 프란츠요셉랜드, 노바야제믈랴, 브란겔 군도에서 해양 활동의 다양화 및 강화와 북부함대의 전투준비 태세의 강화를 규정하고 있다.
태평양 지역 방향은 러시아연방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데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극동은 상당한 해양 자원과 수생 생물 자원의 생산(어획) 측면에서 국가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제51조). 극동 개발을 강조하는 우선순위로는 항공모함과 같은 대형 선박부터 북극에서 운항할 수 있는 선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박을 건조할 조선 단지의 개발이다(제52조 3항).
새 독트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미지를 피하려는 듯하다. 2015년 판 해양 독트린에서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 발전이 태평양 방향 국가 해양 정책의 핵심 요소’라고 명시한 반면, 새 문서에는 중국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신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낮추고 지역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 발전 등이 새로운 ‘핵심 구성 요소’다(제52조).
대서양 방향(발트해, 아조프해·흑해, 지중해, 홍해 포함)을 3순위로 하향 조정한 것은 크렘린이 서방과의 긍정적인 관계에 대한 희망을 잃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대서양 방향에서 러시아의 주요 목표는 ‘전략적 안정성 보장’(상호 핵 억지력)이다. 발트해가 우선순위 목록에 없다는 점은 주목된다. 발트해는 러시아 해양 안보의 주요 지역으로서 NATO 활동 증가를 위한 수역이자 러시아 상품의 주요 운송 경로 중 하나로서 간접적으로 나열했다(제56조). 그러나 이 문서의 작성자는 대서양 지역이 러시아의 이익 관점에서 덜 중요해졌다는 인상을 주려고 시도했다. 이것은 NATO가 유럽과 북대서양 해역에서,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의 동맹 가입 맥락에서 우세한 당사자라고 러시아가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7)
새 독트린은 인도양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2015년 독트린에서는 인도만 언급했지만 새 독트린은 인도,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파트너십 및 협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시리아와 함께 이러한 국가에 대한 언급은 대서양 부문에서 “시리아 영토에 해군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지중해에서 러시아연방의 해군 주둔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언급되었다(제56조 4항). 홍해와 인도양의 기술 물류 전초 기지를 기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해군 주둔을 유지하고 다음을 수행하기 위해 지역 국가의 기반 시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 활동은 “러시아연방에 대한 침략을 방지하고 세계 해양에서 국가 이익을 실현하고 보호하기 위한 국가 활동”으로 규정했다(제46조). 이 독트린에서 “강력한 함대 없이는 현대 러시아연방이 존재할 수 없다”(제104조)고 명시되어 있지만 함대의 실제 기능적 역할과 활동 영역에 대한 세부 사항은 형식적으로 언급됐다.
2015년 판과 동일하게 새 독트린도 ‘국가 해양 정책’의 이행을 위한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되는 조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독트린은 러시아 조선 산업 발전을 위한 16개의 우선순위 영역을 규정하고 있다. 제66조 1-16항에서 우선순위 영역은 전함에서 러시아 무역 및 경제 활동의 일부를 형성하는 선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박 건조 등을 포괄한다. 국내 조선 부문은 ‘외부 상황과 무관하게’ 발전해야 한다는 추가 사항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신규 및 기존 조선 역량 개발을 위한 혁신 및 투자 활동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와 별도로 핵 쇄빙선의 건설 및 운영에서 세계적 리더십 유지, 현대식 항공모함과 군용 및 이중 목적을 위한 해양 로봇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조선 산업의 발전 없이는 해양 독트린은 ‘열망’으로 남을 것이다.
2015년 판 국가 해양 정책의 첫 번째 원칙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 및 러시아연방의 국제 조약 조항 준수”에서 “러시아연방의 법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의 원칙 및 규범, 러시아연방의 국제 조약 조항을 준수”로 변경됐다(32조 1항). 또한 국익을 보호하는 비군사적 방법과 수단의 우선순위는 “비군사적 조치와 군사적 조치의 효과적인 조합”이라는 문구로 보완됐다(제32조 2항).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연방의 국익을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의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다른 국가의 능력을 사용”(제32조 12항)하는 문구가 포함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8)
2022 해양 독트린은 2015년 판에 없었던 2개의 부, 즉 제7부 ‘해양 활동 분야의 동원훈련 및 동원 준비’와 제9부 ‘세계 해양에서 러시아연방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해양 정책 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절차’를 추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외 활동 분야에서 인력 충원, 교육 및 육성 부문이 확장되었다(제68조). 해양 활동의 안전 부문은 의료 및 해적과 테러리즘 퇴치에 대한 하위 부문으로 보완됐다(제77조). 정보 지원 부문이 확장되었으며 위성 통신 및 Express-RV 방송 시스템이 언급(제82조)되었으며, 국제 법률 지원 및 국제협력은 새로운 부문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sation)의 활동 참여, 해군 외교(해군과 FSB의 합동 국제 훈련 등) 및 해양 활동의 안전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제83조).
III. 2022 러시아연방 해양 독트린의 평가
2022년 해양 독트린은 2001년 첫 독트린이 발표된 이후 세 번째 버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가 발간한 최초의 국가 안보 문서로 현재 크렘린의 전략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이 문서는 미국 및 NATO와 러시아의 전반적인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해를 강대국 간의 전략적 경쟁과 대결의 공간으로 간주하며 해양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 가능성과 더불어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반러시아 추이 등으로 변화된 세계 외교 무대와 국제 긴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전략 계획 문서 수준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레드라인’의 설정과 2030년까지 해상 활동 분야에서 국가정책의 기본 업데이트는 러시아 관점에서 필요하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새 독트린은 눈에 띄게 더 이념적이며 소련식 전략 개념에 더 가깝고 미국과의 경쟁 및 강한 해군의 열망을 지향하고 있다. 그 예로써 국가 해양 정책의 전략 목표에서 “해양 강국으로서 러시아연방의 발전과 세계 주요 해양 강국 사이에서의 입지 강화”가 최우선순위라고 선언하고 있다(제28조 1항).
새 독트린은 미 해군 제독이며 전략 지정학 역사가인 알프리드 머핸(Alfred T. Mahan)이 지적한 것처럼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지정학적 의미를 참고하고 있다. 머핸의 해양(지구 표면의 71%) 지정학적 의미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통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의 모든 패권 국가들은 바다의 지배를 통해 부상했다. 로마제국은 지중해를 통해 ‘팍스 로마나(Pax Romana)’, 대영제국은 대서양을 통해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 미국은 태평양을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를 구축했다. 향후 북극해를 지배하는 국가 혹은 국가군의 ‘팍스 아티카(Pax Arctica)’ 시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2022 해양 독트린은 5개의 대양 중 북극을 제1순위로 지정했다고 판단된다.
2015년 독트린은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해양 정책 원칙과 목표를 명시했지만 새 독트린은 더욱 야심차고 구체적이며 러시아를 영구적으로 글로벌 입지를 갖춘 강력한 해양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민족주의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른 해양 행위자들과 협력하려는 의지를 특징으로 하는 이전 독트린과 비교하여 새 버전은 그 어조와 내용에서 훨씬 더 공격적인 지정학적 자세를 보여주고 현재 해양 패권국과의 경쟁과 충돌로 표출되고 있다.
새 독트린은 러시아의 각 해양 관심 분야의 우선순위와 장기 목표가 상당히 세분화 규정되어 있으며, 러시아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을 통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해양 이익에 관한 한 북극이 계속해서 최우선순위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로운 조항의 대부분은 주로 수사학적으로 의도된 선언,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새로운 러시아 해외 기지 구축과 경제적으로 조선 산업의 현대화 및 해양 함대 확대 등이다. 그러나 향후 단기간 내 그 실행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적절한 수준의 자금을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택된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를 기반으로 반미 동맹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9)
IV. 결론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과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그러한 광범위한 공약을 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해상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크렘린의 목표는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해상 통제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새 독트린에서 가장 중요한 조선 산업의 현대화와 신기술 발전의 역동성은 러시아의 관료적 특성과 만연된 부정부패는 물론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와 두뇌유출(brain drain)로 IT를 포함한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부문의 능력을 감소시켰으며, ‘기술 및 과학 기반’의 개발을 방해하고 더욱 자원 집약적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크렘린은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에 더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적자원(식량, 에너지, 광물 등)이 풍부한 러시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지만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력은 인적자원이라는 데 이의를 달 수는 없다. 인적자원 개발에 한계를 지닌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체제는 지속 가능한 ‘자립과 자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새 독트린은 해양 강국으로 가는 이정표를 잘 제시하는 법체계(상부구조)를 갖추었지만 하부구조(생산력과 생산관계)의 허약성뿐만 아니라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간 피드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 결과 새 독트린의 내용과 그 목표 실행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10)는 문제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각주>
1) ‘2015 해양 독트린’의 내역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조. “러시아연방 해양 독트린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평가: 북극을 중심으로,”『한국해양안보포럼 E-저널』(한국해양안보포럼), 제52호(8-9월호, 2021년).
2) 러시아 해군은 표트르 대제가 1696년 창설했다. 이를 계기로 스웨덴과의 북방전쟁 승리 후 러시아는 발트해 출구를 확보했으며 1703년 표트르 대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했다. 2022년은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해로 푸틴은 해군의 날에서 표트르 대제의 과업을 칭송했다.
3) 이 장은 ‘2022 해양 독트린’ 원문에서 발췌. “Морская Доктрин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31июля2022г.No512.http://actual.pravo.gov.ru/text.html#pnum=0001202207310001 (검색일: 2023년 1월 10일).
4) 1936년 7월 20일에 체결된 해협 체제에 관한 몽트뢰 협약(Montreux Convention)은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튀르키예에 부여하고 해군 전함의 통과를 규제하는 협정이다. 이 협약은 평시에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고 흑해 국가에 속하지 않는 해군 함정의 통행을 제한한다. 몽트뢰 협약의 내용을 23조 5항에 처음으로 해양 독트린에서 열거한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다.
5) Malte Humpert, “Control Over Arctic Ocean Top Priority Of New Russian Naval Doctrine,” High North News, Aug. 4, 2022.
6) ‘2035 북극전략’의 내용과 북부함대의 위상에 대해서는 다음의 필자 글 참조. “‘러시아 2035 북극전략’의 내역과 평가,” 한종만, 라미경 외,『지금 북극은 제3권 북극: 지정․지경학적 공간』학연문화사, 2021년 9월 30일, pp. 7-60. “러시아의 북극정책 과정에서 북부함대의 군사력 강화 현황과 배경,”『한국해양안보포럼 e-Journal』(한국해양안보포럼) 2020년 10-11월호.
7) Andrzej Wilk, “Russia’s Naval Doctrine,” Centre for Eastern Studies, Aug. 3, 2022.
8) Prokhor Tebin, “The New Naval Doctrine of Russia,” Valdai Club, Aug. 4, 2022.
9) Andrzej Wilk, “Russia’s Naval Doctrine,” OSW: Centre for Eastern Studies, Aug. 3, 2022.
10) ‘The devil is in the detail’은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속담이며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참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